[여기는 칸] 스티븐 연 "'버닝', 연기 인생의 자양분" (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스티븐 연이 '버닝' 속 벤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버닝' 주역들은 18일 오전(현지시각) 프랑스 칸 마제스틱 비치호텔에서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작으로 진출하며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스티븐 연은 "벤 역할이 나와 같은 이민자라서 그런지 캐릭터를 이해하기가 수월했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도 저도 아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외로운 모습이 비슷하게 느껴졌다"라고 얘기했다. 그는 극 중 정체불명의 남자 벤을 연기했다. 완벽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인물.

이어 그는 "벤은 다 가진 인물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해미(전종서), 종수(유아인)처럼 외로움을 느끼는 데, 보다 복잡한 감정이다. 모든 걸 다 가졌을 때의 공허함에 세상을 믿지 않는다. 다 쓸데없는 것이니까 그냥 재밌게 사는 것이다. 그에겐 규칙이 없다. 범죄를 저질러도 '잡히면 어때요? 절대 안 잡혀요' 이런 마인드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스티븐 연은 벤에 빠져들어 외로움마저 기꺼이 받아들였다. 즐거움으로 승화시킨 스티븐 연이었다.

그는 "한국어 대사를 능숙하게 구사해야 하는 것도 물론, 어려웠지만 가장 어려운 건 4개월이라는 촬영 기간 동안 홀로 호텔에 머물러야 했다는 것이다. 힘들다는 표현보다는 뭔가 느낌이 싸했다. 외로운 기분이 들더라. 그러면서 세상에 외로운 사람이 엄청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이상한 말이지만 난 이런 외로운 느낌이 재밌었다. '버닝'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이창동 감독을 향한 깊은 신뢰와 캐릭터에 대한 공감도가 남달랐기에 이번 작업은 큰 의미로 남았다. 특히나 그에게 '버닝'이 특별했던 건 오롯이 스티븐 연으로서 존재할 수 있었기 때문.

스티븐 연은 "미국에서는 나의 외모적인 부분 때문에 배우로서 역할에 국한되는 점이 있다. 연기의 장이 펼쳐진다고 해도 자유를 방출할 수는 없다"라며 "하지만 이번 '버닝'의 벤은 평범한 한국인 캐릭터였다. 내 한계를 뛰어넘은 느낌이었다. 앞으로 연기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CGV아트하우스, 파인하우스필름]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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