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은 이상범 감독의 진심을 받아들일까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재계약) 안 해주면 드러누워야지."

DB 이상범 감독이 SK와의 챔피언결정 1차전을 앞두고 유쾌하게 던진 코멘트였다. 디온테 버튼을 향한 진심이었다. 이상범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직후 여독을 풀지도 못한 채 지난달 23일 밀워키(버튼 고향)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약 1주일 전 DB 이흥섭 차장으로부터 몇 장의 사진을 받았다. 이 감독은 버튼의 유니폼을 준비해 버튼의 가족에게 선물했고, 버튼의 가족은 이 감독에게 푸짐한 식사 대접을 했다. 사진 속 버튼과 가족의 표정이 밝다.

이 감독이 버튼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답변을 들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버튼 집 방문을 마치고 다른 외국선수 후보들을 살피기 위해 이달 중순까지 미국에 체류한다. 아마도 DB에 버튼과의 재계약은 긴 줄다리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시즌 KBL 신장제한 규정이 186cm, 2m로 바뀐다. 그래도 DB는 192.6cm의 버튼을 장신 외국선수로 쓰겠다는 입장이다. 김주성, 로드 벤슨의 은퇴, 두경민의 군입대를 감안할 때 버튼까지 놓치면 특유의 업템포 농구 근간이 무너지고, 리빌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버튼이 이 감독과 DB의 이런 생각을 모를 리 없다. 때문에 버튼으로선 굳이 현 시점에서 DB와의 재계약에 OK할 이유가 없다. 다른 리그, 다른 구단들의 오퍼까지 두루두루 살핀 뒤 신중하게 결정하면 된다.

버튼도 시즌 막판,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기간 재계약 관련 질문을 몇 차례 받았다. 그때마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다"라며 절묘하게 피해갔다. DB에 남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은 없었다. 그 시점에선 프로패셔널한 발언이었다.

버튼은 대학 졸업 후 KBL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나이는 24세. 한 농구관계자는 "버튼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나이가 무기다. 충분히 NBA에 도전할 만하다. 설령 NBA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그때 KBL이나 유럽에 가면 된다. 아마도 미국 에이전트가 'KBL은 외국선수가 실력만 있으면 나이가 많아도 불러주는 리그' '다음 시즌 이상한 신장제한 규정은 어차피 1년만에 바뀔 것이니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라며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기자도 동감한다.

아니나 다를까. 버튼은 NBA 도전 결심을 굳혔다. 이 감독은 4일 SNS 메시지를 통해 "(재계약은) 아직 결정된 건 없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예상은 했는데 만만치 않다. NBA 도전 이후 결과가 좋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인 감독이 외국선수에게 재계약을 원한다며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집까지 찾아가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적어도 버튼이 이 감독의 진심만큼은 확실히 느꼈을 것이다. 이 감독도 "집에 또 찾아가면 가족이 부담스러워할 것 같다. 그저 버튼과 가족이 우리 쪽에 마음만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다"라고 말했다.

버튼이 실제 NBA에 입성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지난 시즌부터 투 웨이 계약(NBA, G리그 로스터 모두 포함되는 계약)이 생겼다. 버튼으로선 밑져야 본전이다. NBA 입성에 실패하면 다시 KBL로 방향을 돌릴 가능성은 있다.

만약 버튼이 KBL에 돌아온다면, 그리고 이 감독의 진심을 느꼈다면 다른 구단보다는 DB로 돌아오지 않을까. 다음 시즌 이상한 신장제한 특성상 버튼의 신장이 애매하긴 애매하다. DB가 아닌 다른 KBL 구단들이 버튼을 원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새로운 신장 제한규정을 떠나서, 농구 애호가 기자로서 버튼의 예술농구를 KBL에서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정규시즌 홈 경기 9차례,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챔피언결정 1,2차전까지 지난 시즌 원주 현장취재만 무려 12차례 한 것도 버튼의 쇼타임을 보는 맛이 쏠쏠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난 시즌 원주는 취재할 맛이 났다. 원주 팬들은 오죽했을까.

좀처럼 선수와 사진을 찍지 않는 이흥섭 차장도 버튼과의 기념 컷을 휴대전화에 저장해뒀다. 그만큼 DB 구성원들은 버튼을 잊지 못한다.

[버튼 집에 방문한 이상범 감독. 사진 = DB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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