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희숙의 딥썰] '고등래퍼2' 어른이 배워야 할 아이들의 세상

[마이데일리 = 명희숙 기자]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이 어린 것은 아니다. 음악 안에 자신을 담아내고 음악을 통해 성장과 화합을 하는 어린 래퍼들의 성장이 어른들에게 깨우침을 안긴다.

케이블채널 Mnet '고등래퍼2'는 10대들의 랩 대항전을 담고 있다. 앞서 '쇼미더머니'가 큰 히트를 친 만큼 이와 궤를 함께하는 힙합+오디션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로 주목받았다.

이른바 스웨그를 자랑하는 래퍼들의 날 선 경쟁은 '쇼미더머니'가 주는 가장 큰 재미였다. 감수성이 풍부한 10대들인 만큼 '고등래퍼'가 자칫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경쟁의 장이 될까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고등래퍼'는 결국 '쇼미더머니'의 아류로 비춰졌다.

하지만 '고등래퍼'가 가는 길은 '쇼미더머니'와는 확연히 다르다. 참가자들은 성인 래퍼들 못지않은 꾸밈새로 자신들만의 스웨그를 자랑하지만 음악은 어른들을 따라 하지 않는다.

순위권에 오른 김하온, 이병재, 배연서, 조원우, 윤병호 등은 또래들에게는 이미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 래퍼들이다. 틀에 박히지 않은 개성 있는 랩핑과 랩플로우로 유명 크루를 형성했고, 공연 등을 통해 이미 자신들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참가자들의 가사다. 기존 힙합신이 주로 선보였던 디스랩이나 욕설이 담긴 가사가 아닌 자신들의 고민과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랩에 담아내 공감을 자아냈다.

김하온과 이병재의 '바코드'는 '고등래퍼'이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던 음악이다. 밝고 긍정적인 김하온과 우울하고 어두운 음악을 주로 선보였던 이병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담고 있다.

이병재는 "삑 그리고 다음" 가사 뒤에 "영수증은 버려줘. 마지막 자존심을 위해"라고 노래했으며, 김하온은 "영수증은 챙겨줘. 우리의 추억을 위해"라고 다르게 부른다. 검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바코드만큼 같은 나이지만 다른 세상에 있는 아이들이 한 무대에서 어우러졌다.

누군가는 우울하고 어두운 이병재를 안타깝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뒤이어 탄생한 이병재의 '탓'은 '고등래퍼'가 이들의 음악에 섣부른 교훈이나 설교를 하려 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이병재는 "몰라 내가 이 노래를 불러버린 탓, 몰래 내가 한심하고 돈이 없는 탓, 몰라 내가 여러 기회들을 날린 탓"이라며 스스로를 돌아봤다. 대중은 이병재를 탓하기보다는 그의 음악이 주는 깊은 울림에 열광했다. 이병재의 높은 점수로 결승전에 가지 못했던 아이들 역시 순수하게 이병재의 음악에 찬사를 보냈다.

높은 순위에 오른 참가 래퍼 대부분은 학교를 자퇴하거나 학업보다는 음악에 집중한다. 어른들의 눈에 참가자들은 소위 '문제아'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순수하게 실력과 음악으로 서로 소통하고 교류한다. 어설픈 '허세'로 디스전을 남발하기 보다는 친구들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인정하는 아이들은 어느 어른들보다 성숙하다.

[사진 = Mnet 제공]

명희숙 기자 aud666@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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