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특집] LG와 류중일의 만남, 일단 인내심을 가져보자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LG의 시범경기 마지막 경기가 열렸던 21일 고척돔. 류중일 LG 감독은 강승호를 불러 그의 '습관'을 지적했다. 내야수인 강승호가 송구를 할 때 왼발 스텝보다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동작이 먼저 이뤄진다는 지적이었다. 류 감독은 "야수도 투수와 똑같다. 왼발 스텝이 나오면서 손을 빼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미 스프링캠프부터 교정에 들어갔던 부분이었다. 그러나 한번 들인 습관을 고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 류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자기도 모르게 습관이 나온다. 그래도 캠프에서 큰 실수 없이 잘 했다"는 격려도 했다.

류 감독은 LG에 부임하면서 줄곧 세밀함을 더하는 야구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말했다. 지난 해 팀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투수진이야 큰 걱정이 없지만 야수진의 수비와 주루 플레이 등 세밀한 플레이에서 깊이를 더해야 이기는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LG가 세밀함을 더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 류 감독도 인내심을 발휘할 것이다. 과연 올해 LG는 변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 류중일의 우승 DNA 발현, 인내심은 필수다

LG는 지난 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뒤 '평생 삼성맨'으로 통했던 류 감독을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류 감독은 삼성 시절 통합 4연패와 정규시즌 5연패에 빛나는 '우승 청부사'로 통한다. LG는 그 '우승 DNA'를 원하고 있다.

냉정하게 말하면 올해 LG는 우승 전력이라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강승호의 작은 습관을 고치는데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LG의 전력을 가다듬는 것 역시 그렇다.

FA 시장에서 김현수를 4년 총액 115억원을 투자해 영입하고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에 두 자릿수 홈런도 기록했던 거포 3루수 아도니스 가르시아, 이닝이터로 주목 받는 타일러 윌슨 등을 영입하면서 전력을 보강한 LG. 그러나 주전 유격수 오지환이 해외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했고 마무리 후보인 임정우도 1차 캠프엔 합류하지 못해 전력 구성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토종 선발 자원인 차우찬과 류제국, 주전 우익수 1순위인 이형종도 부상 여파로 개막전부터 뛰기 쉽지 않다. 그래서 올해 LG는 '조급증'을 버리고 바라봐야 몸에 해롭지 않을 것이다.

류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마감하면서 이미 마음 속에 저장한 주전 라인업이 있었다. 이들 중엔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도 포함돼 있다. 주장 박용택은 "감독님 스타일이 한번 주전으로 기용하면 쉽게 빼지 않는다는 것을 선수들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경쟁이 치열했다"고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류 감독이 기회를 주기로 한 선수에게 믿음의 시간을 갖는 과정은 앞으로 LG 야구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인내를 갖고 바라보는 것이 필수다.

▲ 결국 '성장'에 달렸다

어느덧 봄은 다시 찾아왔다. LG는 지난 겨울을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베테랑 정성훈, 손주인 등을 내보내면서 팬들의 원성을 샀다. 일부 팬들은 양상문 단장 퇴진 시위까지 벌였다. 설상가상으로 LG가 점찍었던 FA 최대어들은 LG를 외면하고 다른 팀으로 향하면서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에 남았던 최대어 김현수를 붙잡으면서 한숨을 돌렸다.

LG가 아찔했던 겨울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결국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 전력의 빈틈을 없애야 한다.

뛰어난 수비력을 갖춘 안익훈은 1번타자로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한다. 안방의 주인이 된 유강남은 20홈런에 도전한다. 채은성은 '어게인 2016'을 노리고 양석환은 4번타자의 부담을 벗고 중하위타선에 힘을 보탠다. 강승호는 풀타임 2루수를 꿈꾸며 백승현은 오지환의 공백이란 변수를 대비한다. 이러한 과제는 투수진에도 있다. 개막 로테이션 진입이 유력한 임찬규, 임지섭, 김대현의 성장은 필수 요소다.

류 감독의 선수 기용 스타일과 LG 야구의 미래를 생각하면 2018시즌은 '박아놓고 키운다'의 원년이 될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한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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