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③] "더 편해졌죠"…인피니트 호야 아닌 이호원의 인생 2막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이제 인피니트 호야가 아닌 진짜 이호원이 됐다. 지난해 인피니트 탈퇴 후 가수 겸 배우로서 인생 2막을 열게 된 이호원은 현재 뮤지컬 '모래시계', MBC 월화드라마 '투깝스' 출연을 병행하는 동시에 상반기 선보일 앨범을 준비중이다.

홀로서기를 하기까지, 이호원은 많은 고민을 해왔다. 진로에 대한 고민, 관계에 대한 고민,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이었다. "정말 심하게 표현하면 '난 꼭두각시가 돼있구나'라는 생각까지 갔었다"고 밝힌 이호원은 인생 2막을 시작하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실 늘 좋은 얘기만 하고 사람들한테 늘 웃어줘야 하고 이런게 컸어요. 생각해보니 모든 사람들한테 웃어줄 필요도 없고 나 하기 싫은 일이면 하기 싫다고 말해도 되는 거더라고요. 선택은 당연히 내가 해야 되는 거고요. 그때부터 많이 느껴서 고민을 많이 했죠. 7년간 그렇게 살다 보니까 아직까지도 갇혀 있는게 있지만 이제 점점 자유로워지고 있어요."

이호원은 자신에게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었다고 했다. 단적인 예로 밥을 먹으로 가도 원래 먹고 싶은 것을 얘기하지 않고 상대방이 먹고 싶은 것을 파악한 뒤 자신의 것을 골랐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남한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거침없이 내 마음을 많이 따라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전 회사랑 계약이 끝나고나서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된 뒤에는 매니저도 없고 하니까 실질적으로 힘든 부분들이 있었어요. 병원에 가든 은행, 세무서에 가든 매니저가 서류를 준비해주고 스케줄을 다 맞춰주는 게 있었는데 그런 것 없이 혼자 해야 되니까 갑자기 많은 일들이 몰려 왔죠. 연예인으로서 말고 일반 인간으로서 정리해야 되는 것들도 많았어요."

혼자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소속사에서 연락도 왔다. 감사했다. 그러나 만날 수 없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중에 자신의 작은 행동들이 가져올 결과들이 두렵기도 했다. 3개월 동안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소문이 무서웠고, 애매한 상황이 싫었다.

"데뷔하고 처음으로, 7년만에 처음으로 내 소식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일부러 그랬다"며 "그런 상황에서 놀러 다니고 하는게 안 좋을 것 같아서 집에만 정말 3개월 있었다. 한번씩 나가긴 했지만 멀리 나가지 않았다. 배달 음식만 시켜 먹고 그 정도로 조심을 많이 했다. 그래서 만나는게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했다.

메이저 가수 소속사 연락도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진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또 못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가수하려면 가수 소속사에 가는 게 맞지만 반대로 진짜 하고 싶은 음악을 하려면 가수 소속사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제가 배우들이 소속된 소속사에 오니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세요. 속사정을 모르는 분들이 보면 연기자만 있는 회사로 가니까 배우로 전향 볼 수 있죠. 억울하니까 '배우 전향이 아니고 이거예요'라고 설명하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있었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았어요. 보여주면 되는 거니까요."

소속사 없이 혼자 해볼 생각이었던 이호원의 마음을 돌린 것은 소속사 대표의 믿음이었다. 돈 되는 음악을 떠나 이호원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오히려 이야기가 쉽게 되니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소속사 계약에 있어 이호원이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음악 외에 또 있었다. 팬이었다. "팬들과 좀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 조건에 대해서도 대표는 "좋다. 마음대로 해주겠다. 대신 작품에 있어선 내 의견을 많이 따라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바쁘다 보니까 가족, 친구들을 자주 못 보는데 제일 힘이 된게 팬들이에요. 인터넷으로든 편지로든 보내준 말들이 힘들때 힘이 많이 됐죠. 본의 아니게 3개월 동안 잠수를 타서 그거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있었어요. 근데 두가지를 모두 오케이 하는 소속사를 만나게 되니 함께 하게 된 거예요."

호야 아닌 인간 이호원으로 돌아온 그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개인적으로 변한 부분은 이제 안 가리고 다닌다. 모자,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닌다"며 "그 전에는 회사에서 그렇게 배운 것도 있고, 길에서 어찌 됐든 많이 보이는 게 좀 마이너스라는 생각이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거창하지만 이미지 소비가 될까봐 그러는건데 나도 실제로 그랬다. 연습생 때부터 정말 많이 가리고 다녔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데뷔 초부터 괜히 그런게 있었어요. 너무 사소한 것도 크고 거창하게 생각한 거죠. 요즘에는 누굴 만나든 어딜 가든 그냥 모자도 안 쓰고 마스크도 안 쓰고 다녀요. 알아보면 '맞습니다' 인사하고요. 좀 편해진 것 같아요. 막상 이렇게 하니까 전혀 아무 일 안 생기더라고요.(웃음) 예전에는 걱정이 많고 온갖 상상을 혼자 했었는데 지금은 좀 편하게 내려놔서 그게 정말 다행인 것 같아요."

지금 돌아보면 자신의 선택에 더욱 믿음이 생긴다. "계속 그러고 살았으면 정신적으로 안 좋아지지 않았을까요?"라고 말한 이호원은 "한 번 내려놓는 시기가 저의 의지든 남의 의지든 생기니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 생겼다. 지금은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것 같다. 뭔가 잘 안 풀려서 순간적으로 스트레스 받았다가도 이런 것에 연연하는 것이 웃기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스트레스도 없더라"고 설명했다.

"주위에서 '얼굴이 좀 편해졌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새해가 됐는데 나이 들어 보인다는 얘기보다 그런 얘기 들어서 다행이죠.(웃음) 지금 뮤지컬 하면서 좋은 점은 저를 원래 좋아하는 분들이 아닌 다른 분들에게 절 알릴 수 있다는 거예요. '모래시계' 관객들 중엔 저를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을 수 있고 나이대도 너무나 다양하잖아요. 그 분들에게 1초라도 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린다는게 감사해요. 정말 감동도 있고 재밌는 작품이니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뮤지컬 '모래시계'. 공연시간 170분. 2018년 2월 1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이호원.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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