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 뮤지컬 '타이타닉', 이야기+음악+캐릭터 다 갖춘 성공적 출항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이야기, 음악, 캐릭터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

뮤지컬 '타이타닉'의 항해가 시작됐다. 1912년 첫 항해에서 침몰한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타이타닉'은 작곡가 모리 예스톤과 작가 피터스톤의 의기투합으로 완성돼 지난 1997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어워즈에서 5개 부문,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1개 부문을 수상하며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사실 한국 대중에게는 영화 '타이타닉'이 더 익숙한데 뮤지컬 '타이타닉'은 영화와는 다르게 이야기를 그려 나간다. 영화 '타이타닉'이 1등실 여성과 3등실 여성의 로맨스에 집중했다면 뮤지컬 '타이타닉'은 모든 인물에 주력하며 5일간 벌어진 실제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모든 인물에 중점을 둔 만큼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이야기가 풍성하다. 뮤지컬 '타이타닉'의 이야기가 돋보이는 지점이다. 특히 한 배우가 최대 다섯개의 배역을 연기하는 '멀티-롤(multi-role)'은 주인공도 없고, 그래서 모두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완성시킨다.

김봉환, 이희정, 김용수, 임선애, 문종원, 윤공주, 임혜영, 송원근, 정동화, 조성윤, 서경수, 빅스 켄(VIXX), 이지수 등이 모두 주인공이 돼 탄탄한 호흡을 자랑한다.

타이타닉 호에는 1등실에 탑승한 세계적인 부호들부터 3등실에 오른 700여명의 이민자를 비롯 화부까지 다양한 계층의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에 그 시대 남아있던 신분 차이를 그리는가 하면 노부부부터 예비 신혼부부, 첫눈에 반한 커플까지 다양한 사랑을 그리고, 선장과 항해사, 승무원 등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아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풍성하다.

꿈의 선박에 첫 승선하는 만큼 이들의 설렘은 극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예상하지 못했던 비극과 마주한 이들의 인간 군상을 다루는 가운데 관객들은 이들의 비극적인 결말을 이미 예상하고 관람하기 때문에 인물들의 이야기를 초반부터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첫 항해로 인해 더욱 부각되는 꿈, 사랑, 희망 등이 더 와닿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비극적인 결말의 항해 속에서도 사랑, 희생, 용기는 피어난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아 더 큰 감동이 몰려 온다. 비극적인 사건 앞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이 관객들에게 저마다 다른 공감대를 주는 동시에 또 같은 울림을 준다.

1막에서 다양한 인물을 소개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그리기 때문에 감정이 극대화 되는 부분이 다소 부족한 느낌을 주지만 2막에서 짧은 시간 내에 모든 것이 몰아치기 때문에 이야기 및 감정 전달 효과는 오히려 더 크다.

에릭 셰퍼 연출과 안무가 매튜 가디너를 비롯 모리 예스턴의 음악을 편곡한 조슈아 클레이튼, 무대 디자이너 폴 데이트 드푸 등 외국 스태프를 비롯 변희석 음악감독, 권도경 음향 디자이너, 조문수 의상 디자이너 등은 자신의 위치에서 무대를 완벽하게 채운다.

특히 무대 디자이너 폴 테이트 드푸의 독창적인 무대도 눈 여겨 볼 부분. 조명과 계단, 객석까지 돌출된 무대가 타이타닉 호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적절한 와이어 사용도 눈에 띈다.

또 변희석 음악감독을 중심으로 19인조로 재편한 오케스트라가 무대 2층 갑판 위에 배치됐는데 실제 타이타닉 호에서 끝까지 남아 연주한 선상 밴드를 상징하는 이들은 음악과 더불어 이야기의 힘까지 실어준다. 음악의 여운도 상당한데 무대 위 모두가 주인공인 만큼 이들의 합창은 더 깊게 마음을 파고든다.

한편 '타이타닉'은 한국 최초로 브로드웨이 책임 프로듀서 이력을 가진 오디컴퍼니 신춘수 프로듀서의 세 번째 브로드웨이 진출작이기도 하다. 한국 초연 후 오는 2018년과 2019년 브로드웨이 공연을 목표로 하는 만큼 익숙하면서도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특징이 돋보인다.

뮤지컬 '타이타닉', 공연시간 150분. 내년 2월 11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사진 = 오디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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