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관행이라던 조영남, '그림 대작 사기' 유죄 받은 이유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조수에 불과했다고 보기 어렵다", "세부적 작업에 관여하지 않았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 안 했다"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국내외 유사한 전례를 찾기 힘들었다는 이번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조영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결정적으로 조영남의 그림을 대신 그린 송모 씨가 '조수였다'는 조영남의 주장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송씨가 조영남과 독립된 공간에서 스스로 선택한 도구 등을 이용해 시간적 제약 없이 작업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송씨를 '조수'가 아닌 '작가'로 판단한 것이다.

이같은 재판부의 판단은 자연스레 조수를 고용해 작품을 창작하는 미술 방식이 관행이라는 식의 조영남의 주장을 모순으로 이어지게 했다.

앤디 워홀 등 유명 작가들이 조수를 고용해 작품을 생산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현대 미술의 주류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같은 작가들의 경우 조수를 정식으로 고용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작품 제작 전반에도 적극 개입한다는 재판부의 지적이었다.

특히 이러한 작가들이 작품 제작 방식을 떳떳하게 공개하는 것과 달리 조영남은 언론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대중에 노출했고, 송씨의 역할을 공개하는 데에는 소극적이었다고 판단했다.

조영남이 송씨에게 대략적 작업 지시만 했을 뿐 세부적 작업에 관여하지 않고 완성 단계 작품에 일부 덧칠해 전시, 판매한 것도 다른 유명 작가들의 조수 동원 작업 방식과 다른 부분이었다.

조영남의 작품을 구매한 이들이 조영남이 직접 그린 게 아니란 사실을 알았다면 구매하지 않았거나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한 점도 고려됐다. 결국 이들에게 작품 작업 방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판매해 구매자를 기망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이번 사건으로 조영남이 송씨의 노력이나 가치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수많은 무명 작가들에게 큰 상처와 자괴감 안겼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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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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