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라이언킹’ 삼성 이승엽이 쏘아 올렸던 빅샷

[마이데일리 = 대구 최창환 기자] ‘라이언킹’ 이승엽(삼성)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록. 단연 홈런일 것이다.

이승엽이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경기를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물러나게 됐다. 3번타자(1루수)로 선발 출장한 이승엽은 5타수 2안타(2홈런) 3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고, 삼성도 10-9로 승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승엽은 KBO리그서 활약하며 범접할 수 없는 기록을 대거 수립했지만, 이 가운데에도 전매특허는 홈런이었다. 이승엽은 KBO리그 통산 467홈런을 기록했다. 2위 양준혁(전 삼성, 351홈런)과의 격차는 116홈런에 달한다. 일본프로야구에서 경력을 쌓아 KBO리그서 8년 공백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대단한 수치다.

비단 KBO리그 정규시즌에서만 홈런을 많이 터뜨린 게 아니었다. 이승엽은 삼성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도, 대표팀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길 때도 극적인 홈런을 쏘아 올리며 이름값을 했다.

▲ ‘야생마’ 무너뜨린 동점 스리런포

삼성은 LG 트윈스와 맞붙은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서 9-9로 맞선 9회말 나온 마해영의 끝내기 솔로홈런에 힘입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시리즈 역사상 첫 끝내기홈런이 극적인 순간 만들어진 것.

이에 앞서 밑거름 역할을 한 선수가 이승엽이었다. 이승엽은 6-9로 뒤진 9회말 1사 1, 2루서 이상훈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 스리런홈런을 터뜨렸다. 마해영의 끝내기홈런에 앞서 나온 이승엽의 홈런이 있었기에 삼성도 한국시리즈의 한을 풀 수 있었던 셈이다.

▲ 56호 홈런, 아시아 기록 새로 썼다

1999년에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50홈런 고지(54홈런)를 넘어섰던 이승엽은 그로부터 4년 뒤인 2003년을 맞아 KBO리그 역사에 남을 기록을 수립했다. 2003년 10월 2일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서 이정민으로부터 56호 홈런을 쏘아 올린 것.

이승엽은 일본프로야구 진출 직전인 2003시즌에 무려 56홈런을 터뜨렸다. KBO리그 한 시즌 최다홈런은 물론, 오 사다하루(전 요미우리, 55홈런)가 보유하고 있던 아시아 최다홈런을 뛰어넘는 수치였다. 이승엽이 스스로 “KBO리그에서 친 홈런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이라 꼽은 것도 56호 홈런이었다.

이승엽의 아시아 신기록이 임박했을 땐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승엽의 홈런볼을 잡기 위해 관중들이 잠자리채를 갖고 외야석으로 몰리는 그림이 그려진 것. 롯데 자이언츠는 이를 추억하기 위해 은퇴투어 당시 이승엽에게 순금 10돈 모형 잠자리채를 선물하기도 했다.

▲ 베이징올림픽, 천금의 결승포

이승엽의 진가는 국제무대에서도 발휘됐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슬럼프에 빠졌던 이승엽은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극적인 한 방을 쏘아 올렸다. 한국이 2-2로 맞선 8회말 1사 1루서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투런홈런을 터뜨린 것. 이날의 결승홈런이었다. 이승엽을 앞세워 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기세를 몰아 올림픽 전승 금메달이라는 신화를 만들었다.

이 홈런은 이승엽에게 ‘국민타자’라는 호칭이 붙게 된 홈런이기도 했다. 이승엽은 “외국리그(일본)에서 뛰다 대표팀에 합류했는데, 대표팀에 도움이 안 돼 후배들을 볼 낯이 없었다. 그 와중에 결승홈런을 쳐서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라고 회상했다.

▲ 실화냐? 은퇴경기서 연타석홈런!

이승엽은 선수로 치르는 마지막 경기에서도 ‘국민타자’다운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승엽은 3일 넥센을 상대로 연타석홈런을 쏘아 올리며 야구 인생의 대미를 장식했다.

2홈런 모두 알토란같은 홈런이었다. 1회말 선제 투런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은 삼성이 2-1로 쫓긴 3회말에도 한현희를 상대로 솔로홈런을 만들어냈다. 두 홈런 모두 우측담장을 넘기는 대포였다.

이승엽이 이날 기록한 연타석홈런은 올 시즌 66호, KBO리그 통산 949호, 개인 28호로 집계됐다. “마지막 안타는 대구에서 치고 싶다”라는 바람을 실천에 옮긴 셈이었다. 이승엽이 올 시즌 처음 만원사례를 이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은 관중들에게 선사한 마지막 선물이기도 했다.

[이승엽. 사진 = 대구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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