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나는 부정한다’, 부인주의에 맞서 싸워야할 이유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방한했다. 오바마는 퇴임 무렵에도 지지율 55%를 기록했을 정도로 미국인의 사랑을 받았다. 미국 뿐만이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4월 오바마의 대선 출마를 청원하는 운동을 벌였다. 그만큼 오바마는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대통령에 출마했을 당시 근거없는 정치 공세에 시달리며 곤혹을 치렀다.

공화당은 지난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지가 케냐일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오바마 대통령 측은 ‘하와이’라고 표기된 출생신고서를 공개했지만 공화당과 반 오바마 측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에겐 ‘오바마는 케냐 출생’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진실이었다.

이처럼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을 근거가 없다고 거부하는 불합리한 행태를 부인주의(denialism)라고 부른다. 부인주의자는 대부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상적인 사람이다. 우리 모두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갖고 있다. 확증편향은 객관성과 관계없이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을 일컫는다. 확증편향에 빠지면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한다. 객관적 실체의 증거 자료를 제시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자료 조차도 음모가 있을 것이라고 예단한다. 거짓의 울타리를 치고 진실의 접근을 막는다.

홀로코스트 부인론자의 실화를 그린 ‘나는 부정한다’의 얼치기 역사학자 데이빗 어빙(티모시 스폴)도 ‘부인주의’의 덫에 걸린 인물이다. 그는 히틀러가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다는 어떠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 영화는 실제 영국에서 열린 ‘세기의 재판’을 통해 데이빗 어빙의 주장이 틀렸다는 법원의 판결을 조명한다. 부인주의자 데이빗 어빙은 재판을 치르느라 거액의 빚더미에 앉았는데도, 여전히 홀로코스트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되뇌인다.

홀로코스트 부인론자들은 주로 네 가지의 방법론을 끌어들인다. 상대의 허점을 집중 공략하고 상대의 실수를 활용해 홀로코스트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주류학계의 저명한 학자의 말을 인용하지만, 대부분이 맥락을 무시한 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 알려진 것은 무시하고, 알려지지 않은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객관적, 실체적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홀로코스트 외에 기후환경 분야에서도 부인론자들이 득세한다. 그들은 인간이 지구 온난화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이를 ‘사기’라고 일축한다. 아무리 증거를 제시해도 그들은 귀를 막는다. 확증편향의 뿌리는 좀처럼 뽑혀지지 않는다.

오바마가 케냐에서 출생했고, 미국 시민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정치적 스타덤에 올랐던 인물은 트럼프였다. 그는 오바마에게 출생증명서를 내라고 요구했고, 오바마는 미국 출생이라는 자료를 제출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유세 기간에도 이를 사과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현재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최근 파리기후협약에서도 탈퇴했다. 확증편향에 따른 부인주의에 경도된 정치인이 세계 최고 강대국을 이끄는 대통령인 세상이다. 부인주의에 따른 심각한 오류는 역사와 환경을 왜곡하고 파괴할 것이다.

우리가 부인주의에 맞서 싸워야할 이유다.

[사진 = 티캐스트, AFP/BB NEWS]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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