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이관희 사태에 담긴 어두운 그림자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관희는 왜 돌발행동을 했을까.

KGC 이정현과 삼성 이관희의 폭력사태. 일단 상황을 되짚어보자. 23일 챔피언결정 2차전 1쿼터 5분12초전이었다. 이정현이 아웃 오브 바운드 이후 다시 공을 잡았다. 데이비드 사이먼의 스크린을 받고 탑으로 이동하려고 했다.

이관희가 스크린을 뚫고 이정현을 강하게 마크했다. 이 과정에서 손도 사용했다. 이관희의 수비자파울. 그러자 이정현이 주먹을 쥔 두 손으로 이관희의 목을 쳤다. 이정현의 언스포츠맨라이크파울. 넘어진 이관희가 벌떡 일어나 상체로 이정현의 몸을 강하게 부딪혔다. 이정현이 그대로 쓰러졌다. 이관희의 퇴장파울.

표면상 이관희가 더 큰 잘못을 했다. 농구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해당 상황만 놓고 보면 이관희가 이정현보다 훨씬 더 위험한 행동을 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될 수 없다"라고 했다. 결국 이관희는 26일 챔피언결정 3차전에 나설 수 없다.

그런데 농구관계자 A는 "이관희가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라고 말했다. 일단 이관희로선 이정현으로부터 목을 가격 당했으니 기분이 나쁠 수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작년 6강 플레이오프서도 한 차례 충돌을 빚었다.

근본적인 원인은 이정현의 평상시 플레이 스타일에 있다는 게 대다수 농구관계자 시각이다. 이관희뿐 아니라 이정현을 수비하는 다른 팀 선수들이나 관계자들이 그렇게 바라보는 듯하다. 이번 사태에 내포된 어두운 그림자다.

기본적으로 이정현은 좋은 공격수다. 국내 최정상급의 슈팅가드다. 미드레인지슛, 3점슛과 날카로운 돌파를 자유자재로 선보인다. 패스센스와 스피드도 갖췄다. 그리고 절체절명의 승부처에 매우 강하다. 수비수 입장에서 1대1로 쉽게 막을 수 있는 공격수가 아니다.

그런데 이정현에겐 논란이 될만한 버릇이 있다. 슛을 던지는 과정에서 수비수를 속여 디펜스파울을 상당히 잘 얻어낸다. 수비수와의 접촉이 거의 없는 상황서 몸을 수비수 쪽으로 기울인 채 슛을 던지는 경우가 있다. 심판은 수비자파울을 선언한다. 이정현은 자유투를 던진다. 일명 플라핑.

농구관계자 B는 "결정적일 때 어쩌다 1~2번 그렇게 하는 건 모르겠는데 이정현은 좀 더 자주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농구관계자 C도 "예전에 비해 공격 플라핑을 하는 선수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정현이나 몇몇 외국선수들이 여전히 습관적으로 플라핑을 한다"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심판들의 대처다. 농구관계자 A는 "심판이 문제다. 이정현이 그렇게 넘어지면서 슛을 던지면 심판들이 가만히 놔두면 된다. 그러면 이정현만 손해를 보고 플라핑을 하지 않을 것이다. 심판들이 수비자파울을 부니까 이정현이 계속 그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FIBA 규칙에 실린더 원칙이 있다. 수비수가 공격수의 가상의 실린더를 침범하지 않으면 파울 선언 없이 경기가 지속돼야 한다. 모든 파울 콜의 기본적인 기준이다. 다만 농구 특성상 접촉이 없을 수는 없다. 농구의 특성을 살리고, 원활한 경기운영을 위해 슛과 패스 과정에서 손과 팔의 접촉을 엄격히 보는 게 FIBA 추세다. 오히려 볼 없는 상황서는 손을 쓰지 않는 가정 하에 상체끼리 부딪히는 강력한 몸싸움이 장려된다.

그러나 KBL은 심판들에 따라 파울 콜 기준이 다르고, 심지어 경기 중에도 바뀌는 게 문제다. 이번 챔피언결정 1~2차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정현은 그 빈틈을 파고들어 이익을 취한다는 게 농구관계자들 설명이다.

페이크파울이 있다. 그런데 대체로 수비수에게 좀 더 엄격하게 적용된다. 문제가 있다. 농구관계자 A는 "수비 플라핑 이상으로 공격 플라핑을 잘 잡아내야 한다. 팬들이 공을 가진 선수가 억지로 넘어지면서 수비자 파울을 얻는 걸 보기 위해 경기장에 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다른 견해도 있다. 농구관계자 D는 "기본적으로 농구 룰은 공격수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졌다. 또 그렇게 돼야 한다. 이정현이 플라핑 논란이 있지만, 심판들이 제대로 지적하지 않는 한 요령이고 능력이다. 농구 자체가 속이는 게임이다. 공격 플라핑을 심판이 일일이 다 잡아내면 공격수가 할 게 없어진다. 농구가 재미없어진다. 심판은 너무 심한 것만 지적하면 된다"라고 주장했다.

KBL 고위관계자는 "이정현이 플라핑으로 의심되는 플레이를 종종 하는 건 사실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심판들에게 공격, 수비 플라핑 모두 제대로 보라고 한다. 선수가 플라핑을 하면 볼 데드 때 말로 주의도 주고, 필요하면 사후 징계도 내릴 수 있다. 심판들이 공격 플라핑에 속지 않고 경기를 운영할 때도 많다"라고 밝혔다.

좀 더 엄격해져야 한다. KBL은 공격 플라핑을 하는 모든 선수에게 NBA처럼 사후징계를 좀 더 강력하게 내려야 한다. 그래야 코트 위의 선수들이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 KBL의 흥행은 물론, 국제경쟁력과도 연관된 문제다. FIBA 대회서 공격 플라핑은 용납이 되지 않는다. 디펜스 파울 유도가 되지 않았다고 항의하면 제재를 받을 뿐이다.

삼성 이상민 감독은 "그동안 잘 불어주지 않았는데 다시 파울을 불어주기 시작했다. 이정현이 어려운 슛을 던지면 그 전에 미리 자르거나 그냥 놔두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수비수들도 공격 플라핑에 냉정해져야 한다.

그리고 이정현은 굳이 플라핑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위협적인 공격수다. 농구관계자 A는 "그걸 안 해도 좋은 선수인데 왜 수비수에게 안기는 플레이를 하는지 모르겠다.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정현과 이관희 사태.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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