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너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 끈을 잡아라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너의 이름은.’은 일본인이 겪은 대지진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는 간절함이 배어 있다. 한국에서 흥행 신드롬을 일으키는 데는 세월호 참사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기억해내려는 개인의 절박함은 망각하려는 사회의 무신경에 경종을 울리며 끝내 마음에 파장을 불러온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서로 만나게 된다”는 말로 영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도쿄 소년 타키와 시골 소녀 미츠하는 절대 만날 일이 없는 사이지만, 꿈과 전통신앙을 매개로 서로 긴밀히 연결된다. ‘인터스텔라’가 우주적 차원에서 부녀의 소통을 다뤘다면, ‘너의 이름은.’은 생태적 차원에서 10대 소년·소녀의 만남을 그린다.

이 영화의 밑바탕에는 생태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어떠한 형태로든 만나게 된다는 감독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 극중에서 미츠하의 할머니는 일본 전통신앙에 근거해 모든 것은 이어져 있다는 무스비(매듭) 이야기를 들려준다. 타키와 미츠하가 극적으로 만나게 된 계기는 입속에서 씻은 밥을 발효시켜 만드는 전통주 가미사케의 힘이 컸다. ‘너’의 가미사케가 ‘나’의 몸 속으로 들어와 강력한 매듭으로 연결됐다.

안도현 시인은 <연어 이야기>에서 이 세상 모든 것은 ‘생태의 끈’으로 연결돼 있다고 했다.

“세상을 사는 것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 그렇지 않다면 이쪽 마음이 저쪽 마음으로 어떻게 옮겨갈 수 있겠니?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를 어떻게 사랑하고 또 미워할 수 있겠니?”

타키와 미츠하의 마음이 서로 옮겨갈 수 있었던 이유는 ‘보이지 않는 끈’이 둘 사이를 이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의 이름을 알아내려고 하는 간절함은 결국 이 끈을 단단하게 붙잡는 것이고, 기억을 통해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연대하려는 강렬한 의지의 표현이다.

[사진 제공 = 미디어캐슬]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