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승부처: 삼성생명 완벽한 기선제압, 자멸한 하나은행

[마이데일리 = 용인 김진성 기자] 기선제압은 중요하다.

어차피 승부처는 3~4쿼터다. 그러나 1~2쿼터에 기선제압을 해야 3~4쿼터를 좀 더 여유있게 풀어갈 수 있다. 즉, 기선제압을 한 팀은 후반전을 풀어갈 수 있는 옵션이 다양해진다. 그만큼 상대 벤치를 더욱 어지럽게 할 수 있다.

반면 경기초반에 주도권을 내준 팀은 이후 추격하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심리적으로 쫓기고, 실수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장점을 살리는 운영을 한다고 해도 기선제압을 한 팀에 비해 운신의 폭은 좁다.

6일 용인체육관. 2위 다툼의 중심에 있는 KEB하나은행과 삼성생명의 4라운드 최종전. 접전이 예상됐다. 삼성생명은 최근 득점력을 끌어올리면서 연승을 달렸다. 하나은행은 상승세가 한 풀 꺾였지만, 그래도 올 시즌 초반 다진 견고한 공수시스템이 건재했다.

그러나 경기는 싱거웠다. 일단 삼성생명이 완벽하게 기선을 제압했다. 하나은행이 배혜윤 미스매치를 극복하기 위해 강계리의 외곽슛을 사실상 버렸다. 그러나 강계리가 3점포를 터트렸다. 엘리사 토마스의 컨디션은 썩 좋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1쿼터 막판 투입된 나타샤 하워드가 나탈리 어천와를 압도했다.

삼성생명은 최근 공격 연계플레이가 좋다. 특히 박하나와 하워드가 좋았다. 하워드는 스크린을 활용해 미스매치를 유발했고, 박하나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하워드에게 공을 잘 넣어줬다. 이런 방식의 단발 공격으로 수 차례 점수를 만들었다.

여기에 배혜윤의 골밑 공략, 최희진의 3점포 등이 곁들여지면서 공격루트가 넓어졌다. 하나은행 수비가 3쿼터 중반 이후 급격히 위축됐고, 삼성생명은 코트를 넓게 활용, 효율적인 패스게임으로 차곡차곡 점수를 만들었다. 하나은행의 턴오버에 꼬박꼬박 점수를 만들며 스코어를 벌렸다.

1쿼터 22-11, 전반전 43-31이었다. 삼성생명은 3쿼터 중반까지 10점 내외의 스코어를 유지했다. 그러다 하나은행이 3쿼터 중반 무너지면서 급격히 점수차를 벌렸다. 3쿼터 종료 스코어는 68-37, 무려 31점차였다. 4쿼터는 가비지타임이었다.

하나은행은 1라운드 전패 이후 시즌 최악의 경기를 했다. 전반적으로 콜이 삼성생명에 약간 유리하게 흘러간 측면은 있었다. 그러나 하나은행도 냉정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경기력 자체가 너무 좋지 않았다. 일단 턴오버가 너무 많았다. 효율적인 공격을 전개하다가 나온 턴오버가 아니었다. 패스 미스, 트레블링, 더블드리블, 라인크로스 등 악성 실책이 대부분이었다. 동료들의 사기를 꺾는 본헤드플레이였다. 흐름을 완벽히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리바운드 가담 저하, 쉬운 골밑슛 실수까지 겹쳤다. 이래저래 꼬였다. 이환우 감독대행은 1쿼터 막판 재킷을 벗고 선수들을 질타했다. 하지만, 회복될 수 없었다. 결국 33점차 대패.

완벽하게 기선을 제압당했다. 그리고 3쿼터 중반에 수비조직력마저 무너지면서 10점 내외서 순식간에 30점 차로 무너졌다. 4쿼터에도 반전은 없었다. 이 감독대행은 마지막까지 주전들을 기용하면서도 김이슬 등 그동안 출전하지 못했거나 출전시간이 적었던 선수들을 기용, 자극을 줬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자멸한 경기였다.

[삼성생명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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