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킹' 56호→통산 400호→'소년장사' 468호까지…굵직한 홈런 기록 앞에서 또 작아진 거인들 [MD부산]

2024년 4월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SSG-롯데의 경기. SSG 최정이 5회초 롯데 이인복을 상대로 통산 468호 홈런을 때린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이날 홈런으로 최정은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인 468개를 기록했다./부산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2024년 4월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SSG-롯데의 경기. SSG 최정이 5회초 롯데 이인복을 상대로 통산 468호 홈런을 때린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홈런으로 최정은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인 468개를 기록했다./부산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KBO리그의 굵직한 홈런 기록과 관련해서 항상 '중심'에 있었던 롯데 자이언츠. 이번에도 '악몽'이 되풀이 됐다.

SSG 랜더스 최정은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3차전 원정 맞대결에 3루수,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세 번째 타석에서 마침내 개인 통산 468번째 홈런을 작렬,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라이언킹' 이승엽 감독이 보유하고 있는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467홈런) 기록을 경신하기까지 단 10개의 홈런만 남겨뒀던 최정은 지난달 23일 롯데와 개막전에서 마수걸이 홈런을 쏘아 올리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이튿날 또다시 홈런포를 가동했고, 새 역사까지는 단 8개의 홈런만 남겨두게 됐다. 이후 최정은 두 경기 연속 침묵했으나, 28~29일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각각 1개씩의 홈런을 터뜨리며 3월에만 4개의 아치를 그렸다.

4월에도 페이스는 엄청났다. 최정은 4월 첫 경기 상대였던 두산 베어스전에서 시즌 5호 홈런을 기록했다. 이후 6경기 연속 아치를 그려내지 못하던 최정은 12일 KT 위즈를 상대로 6호 홈런, 14일 KT와 마지막 맞대결에서 멀티홈런을 터뜨렸다. 그리고 16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마침내 이승엽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467번째 홈런을 뽑아냈는데, 이튿날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KIA 선발 윌 크로우의 150km 강속구에 옆구리를 강타당한 것.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던 만큼 최정의 부상은 심각해 보였는데, 다행히 검진 결과 단순 타박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2024년 4월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SSG-롯데의 경기. SSG 최정이 5회초 롯데 이인복을 상대로 통산 468호 홈런을 때린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홈런으로 최정은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인 468개를 기록했다./부산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2024년 4월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마이데일리

최정은 사구의 여파로 지난 주말까지 경기에 나서지 않고 휴식을 취했고, 지난 23일 롯데를 상대로 마침내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야속한 '비'로 인해 노게임이 선언됐지만, 최정은 첫 타석에서 2루타를 기록할 정도로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고, 24일 마침내 새로운 역사를 탄생시켰다. 1~2번째 타석에서 모두 뜬공으로 침묵했던 최정의 방망이가 폭발한 것은 세 번째 타석. 최정은 롯데 선발 이인복의 초구 127km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그리고 이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타구속도 153.3km, 비거리 110m짜리 시즌 10호 홈런은 무수히 많은 기록으로 연결됐다. 일단 최정은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이 보유하고 있던 역대 KBO리그 최다 홈런 기록을 넘어는데 성공했다. 지난 2005년 5월 21일 인천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첫 홈런을 터뜨린 이후 무려 6913일 만에 KBO리그 역사에 획을 그었다. 그리고 이 홈런은 19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으로 이어졌고, 이 또한 KBO리그에서는 전례가 없는 '최초'의 기록으로 연결됐다. 소년장사에서 천하장사가 되는 순간이었다.

최정의 입장에서는 잊을 수가 없는 하루지만, 롯데는 '악몽'이 되풀이 됐다. 롯데는 그동안 KBO리그를 대표하는 수많은 홈런 기록의 희생양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2003년 이승엽 감독이 삼성 라이온즈에 몸담고 있던 시절 기록한 56번째 홈런이었다. 이승엽 감독이 56번째 아치를 그려내기 전까지 아시아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55홈런)은 오 사하다루(왕정치, 現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가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때의 희생양도 롯데였다. 2003년 10월 2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맞대결에서 이정민이 이승엽 감독을 상대로 56번째 홈런을 맞게 됐다.

2024년 4월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SSG-롯데의 경기. 롯데 구승민이 7회초 구원 등판해 역투를 펼치고 있다./부산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2024년 4월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SSG-롯데의 경기. SSG 최정이 5회초 롯데 이인복을 상대로 통산 468호 홈런을 때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홈런으로 최정은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인 468개를 기록했다./부산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뿐만이 아니었다. 롯데는 이승엽 감독을 상대로 KBO리그 역대 최초 400홈런을 내주기도 했다. 롯데는 2015년 6월 3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맞대결에서 안지만(前 삼성)에 이어 KBO리그 역대 두 번째로 4년 연속 20홀드를 기록 중이며, 5년 연속 20홀드라는 '최초' 기록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는 구승민이 3회 이승엽 감독으로부터 400번째 홈런을 맞았다. 공교롭게도 이승엽 감독의 굵직한 홈런 기록들을 모두 롯데가 만들어준 셈이었다.

물론 롯데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현재 롯데 소속인 한현희도 이승엽 감독의 은퇴식이 열렸던 2017년 10월 3일 대수 삼성전에서 넥센 히어로즈(現 키움 히어로즈) 시절 선발로 등판해 두 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이 덕분에 이승엽 감독은 KBO리그 통산 홈런을 467개로 마무리하게 됐다. 그리고 롯데는 공교롭게도 최정이 지난 17일 크로우의 사구 여파로 인해 최정이 신기록 달성을 눈 앞에 둔 채 맞대결을 갖게 됐고, KBO리그 역사를 새롭게 작성하는 468번째 홈런까지 내주게 됐다. 유독 홈런과 관련된 굵직한 기록 앞에서 작아졌던 거인들이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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