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작전', 아찔한 서스펜스와 뜨거운 버디무비가 만났다 [마데핫리뷰]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1986년 1월 레바논 주재 한국대사관 도재승 서기관이 수도 베이루트에서 피랍되면서 전 국민이 충격에 빠진다. 도 서기관은 대사관에 이르렀다가 연녹색 외제차에서 내린 무장 괴한들에게 끌려가 1년 9개월 만인 1987년 10월 가까스로 풀려난다.

'외교관 피랍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덧댄 '비공식작전'은 실화가 주는 박진감 넘치는 재미와 복합장르의 강점을 적절히 융합한 작품이다. 영화 '끝까지 간다'(2014), '터널'(2016)에서 위기를 벗어나려는 고군분투를 흡입력 있게 풀어냈던 김성훈 감독의 서스펜스가 빛을 발한다.

외무부 중동과에서 5년째 근무 중인 흙수저 외교관 민준(하정우)은 20개월 전 실종된 외교관의 생존 신호가 담긴 암호 전화를 받는다. '성공 시 미국 발령'이란 조건을 걸고 외교관을 구출하는 비공식 작전에 뛰어들어 홀로 내전 중인 레바논으로 향하는 민준이다.

동료의 무사 생환을 위한 '몸값'을 두둑이 짊어지고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한 민준은 공항 경비대로부터 위협을 받고 얼떨결 한국인 택시 기사 판수(주지훈)의 차에 오르게 된다. 월남과 사우디에서 사기당해 레바논까지 흘러들어온 판수는 더는 위험에 얽히지 않으려 승차를 거부하나 민준이 내민 지폐를 보고 마음 돌린다.

배짱 하나는 누구보다 두둑한 민준과 현지 지리에 해박한 입담꾼 판수는 돈 냄새를 맡고 끼어든 갱단의 총격 세례를 뚫고 사라진 외교관을 구해야 한다. "같이 집에 갑시다"라는 한마디를 마음속에 내재한 채 앞만 보고 정진하는 민준, 판수. 과연 안전하게 비행기에 올라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비공식작전'은 섬세한 고증에 입각했다. 극 초반부 실종된 외교관이 탄 차량의 색깔과 종류, 총알이 박힌 위치가 예시다. 그러나 '피랍'과 '생환'이라는 실화의 처음과 끝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창작으로 담아냈다. 민준과 판수의 위험천만한 활극에 주안점을 둔 것. 기존 '피랍'에서 '비공식 작전'으로 제목이 바뀐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김성훈 감독의 말처럼 "영화적 쾌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한계 없는 장르가 일궈낸 핵심이다. '재난'을 중심으로 와이어, 총격, 카체이싱 '액션'이 가미됐고 동료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외교관들의 '드라마'는 뜨거운 울림을 준다. 민준과 판수가 마주한 공포감은 '스릴러'이며 시기적절한 유머를 보태 '코믹'까지 다잡는다.

이국적인 풍광이 사실감과 몰입도를 동시에 높인다. 제작진은 레바논과 비슷한 자연환경을 갖춘 모로코 카사블랑카, 마라케시, 탕헤르에서 당시 베이루트를 구현했다. 전통적인 분위기의 시장, 위압적인 설산, 황량한 도심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눈을 사로잡는다.

하정우, 주지훈의 합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2017), '신과 함께-인과 연'(2018)의 저승차사 강림, 해원맥으로 쌍천만 관객을 끌어모은 두 배우는 불신에서 출발해 배신을 거쳐 화합, 우정에 다다르는 민준, 판수를 수준급 연기로 쌓아 올린다.

'비공식작전'은 오는 8월 2일 극장에서 개봉하며 상영시간은 132분, 12세 이상 관람가다.

[사진 = 쇼박스]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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