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경기 못 쳐도 되니 한 번만…" 캡틴의 간절한 바람이 만루포로 이어졌다

[마이데일리 = 인천 김건호 기자]"남은 경기 안타 못 쳐도 되니까 이번 한 번만 치자"

이틀 연속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는 4시간이 넘는 혈투를 펼쳤다. 9월 29일 맞대결에서는 키움이 14-9로 이겼다. 경기가 끝났을 때 시계는 오후 10시 5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30일 맞대결은 연장 11회까지 갔다. 한유섬의 끝내기 만루 홈런이 터진 순간은 오후 10시 57분이었다. SSG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홈 경기에서 극적인 만루 홈런으로 승리를 장식했다.

11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한유섬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날 경기 한유섬은 마지막 타석 전까지 5타수 2안타 1삼진을 기록하고 있었다.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던 한유섬은 김성진의 2구 146km/h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한유섬은 개인 통산 첫 번째 만루 홈런을 때렸다.

만루 홈런 전까지 시즌 96타점을 기록하고 있었던 한유섬은 100타점을 완성했다. 2018년 115타점 이후 두 번째 100타점 이상 기록한 시즌이 됐다. 한유섬은 이번 시즌 450타수 120안타 21홈런 100타점 타율 0.267 OPS 0.859를 기록 중이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한유섬은 "외야 플라이만 쳐도 된다는 생각으로 쳤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남은 경기 안타 못 쳐도 되니까 이번 한 번만 치자'고 기도하면서 들어갔다. 그만큼 오늘 경기가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한유섬은 7회말 1사 만루 기회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당시 추가 점수를 못 냈던 것이 마음의 짐이었다고 고백했다. 또한 주장으로서 3실책을 범한 박성한과 흔들리고 있는 불펜 투수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박)성한이도 마음의 짐이 있었고 투수들이 던지는 것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내가 전에 기회가 있었는데 삼진으로 물러났다. 추가 득점이 되지 않아 내내 마음에 걸렸다"라며 "형들도 계속 나한테 '결국 네가 끝내야 한다'라고 해줬다. 그랬더니 내가 끝냈다"라고 전했다.

한유섬은 끝내기 위한 점수 1점을 위해 희생 플라이를 치자고 생각하고 들어갔다. 오히려 욕심 없었던 생각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한유섬은 "내가 끝내기 안타 쳐야겠다는 시나리오를 쓰고 들어간 것은 아니다. '외야로 멀리 치자 희생 플라이만 치자'고 생각했는데 실투가 와서 좋은 타구가 나왔다"라며 "오랜만에 그런 손맛을 느꼈다. 항상 빠르든가 늦든가 손이 아팠다. 그런데 마지막 타석만큼은 정확하게 맞아서 직감했다"라고 했다.

[한유섬. 사진 = 마이데일리 DB]

김건호 기자 rjsgh2233@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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