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봉준호 감독, '황금종려상' 韓영화사 새 역사 썼다 [MD픽]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봉준호 감독이 결국 큰 일을 냈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에 이름이 호명되면서, 세계 권위 영화제인 칸 국제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25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남부지방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는 '봉준호'의 이름이 호명됐다. '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지난해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기에 이번에는 아시아권에서 황금종려상 주인공이 탄생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분위기였다.

칸으로 출국하기 전, 국내에서 진행된 '기생충' 제작보고회에서 봉준호 감독은 칸 진출 소감에 "영광스럽고 떨리기도 한다. 처음가는 배우들도 있고 몇 번 갔던 배우들도 있다. 그런데 그런 것을 떠나서 언제나 설레고 긴장된다. 가장 뜨겁고 열기가 넘치는 곳에서 신작을 선보이게 되니까 그 자체로 기쁘다"라고 전했다.

이어진 말에서는 작품 외면의 이슈보다는 작품 그 자체로 국내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은 감독의 의지가 돋보였다. 봉준호 감독은 "그렇지만 워낙 한국적인 영화라서, 100% 이 영화를 이해하진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 관객들이 봐야만 뼛 속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개봉이 정말 설레는 순간일 것 같다"라며, 수상 기대에 대해 "수상 가능성은 이번에 크지 않다. 어마어마한 감독님들의 사이에 있는 것 뿐이다"라고 답했다.

봉준호 감독이 말한 것처럼, 올해 21편의 황금종려상 후보 라인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거장들의 경쟁이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짐 자무쉬 감독의 '더 데드 돈트 다이',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고통과 영광',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의 '밀고자', 디아오 이난 감독의 '남방역에서 만나다', 장 피에르·뤽 다르덴 감독의 '어린 아메드', 아르노 데스플레셍 감독의 '루베, 빛', 자비에 돌란 감독의 '마티아스와 막심', 켄 로치 감독의 '쏘리 위 미스드 유', 일리아 술레이만 감독의 '분명 천국일 것이다',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시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이름만 들어도 전세계적으로 거장 칭호를 받는 감독들이 대거 몰렸다.

프랑스 영화 키즈로 12살 때부터 영화 감독의 꿈을 키웠던 그가 권위있는 칸 국제영화제의 주인공으로서 무대에 올라 감격의 순간을 맞이했다. 봉 감독은 "영화적인 큰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기에 가능했다"라며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송강호와 포옹을 했다.

공식 상영회에 앞서 진행된 레드 카펫 행사에는 '기생충'의 주역인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이 참석해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영화 상영이 시작되자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봉준호 감독 특유의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출력, 예측 불허의 상황 설정과 위트 있는 대사가 2,300석 뤼미에르 대극장을 놀라움과 감동으로 가득 채웠다. 영화 상영 중 관객석에서 터진 웃음과 탄성, 그리고 이례적으로 터져 나온 두 번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는 관객들이 '기생충'에 얼마나 몰입하며 관람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실제 영화가 채 끝나기도 전부터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소리가 시작됐다. 상영관 불이 켜지기 전부터 1분 여간 지속된 박수는 불이 켜지고 7분간의 기립 박수로 이어졌다.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에 봉준호 감독은 환한 미소와 함께 관객석을 향해 양팔을 들어 올려 손 인사를 하는 등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배우들 역시 박수가 이어진 약 8분여 시간 동안 벅차오르는 감동에 눈시울을 붉히며 연신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해외 언론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르몽드는 "현실에 대한 발언을 담은 영화를 만드는 필름메이커인 봉준호. 그 특유의 다양한 면을 지닌 천재성에 충실하면서도 '가족영화'의 전통에 자신을 적응시켰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기생충'은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다. 2003년 '살인의 추억'이래 봉준호 감독의 가장 성숙한,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한 발언이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당신의 피부 아래로 파고들어와 이빨을 박아 넣는 영화",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활력 있고 타이트하게 조율된 코미디인 '기생충'은 무척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철저한 완성도를 가진 스토리로, 정점으로 돌아온 봉준호 감독을 보게 한다"라고 평했다.

또, 인디와이어는 "봉준호 영화 중 최고다. 전작들을 모두 합쳐 자본주의 사회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공포에 관한,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인, 재미있고 웃기면서도 아플 정도로 희비가 엇갈리는 한 꾸러미로 보여준다. '기생충'의 가장 좋은 점은 우리가 더 이상 봉준호의 작품을 기존에 있던 분류 체계에 껴 맞추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허용해 준다는 점이다. 봉준호는 마침내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라고 보도했다.

'기생충'은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에 이어 봉준호 감독이 내놓은 7번째 장편 영화다.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로, 오는 30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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