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 영혼이 무대화 되는 순간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가 돌아왔다. 최근 윤동주의 삶을 다룬 영화 및 연극이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2년 초연됐던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가 2013년 재연 공연 이후 3년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윤동주, 달을 쏘다’는 시인 윤동주의 삶을 통해 격동의 시대, 비극의 시대에 자유와 독립을 꿈꿨던 순수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윤동주를 비롯 그의 친구 송몽규, 강처중의 이야기가 다뤄진다.

시인 윤동주의 삶을 그린 만큼 극의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은 윤동주의 시(詩). 창작가무극 특색을 살려 노래와 춤으로 윤동주의 시가 시각적으로 더욱 풍성하게 표현된다. 서울예술단만의 웅장한 음악과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무용, 다채로운 무대 영상이 무대를 채우며 윤동주의 영혼과 시대적 아픔을 극대화시킨다.

‘윤동주, 달을 쏘다’는 윤동주의 연희전문 문학과 시절부터 일제 강점기 시절까지를 그린다. 가장 자유롭게 문학에 대한 애정을 펼칠 수 있었을 때와 일제 강점기 시절 억압 받았던 때가 대비되며 그의 비극적인 삶은 물론 시대적 아픔이 더 크게 다가온다.

시대의 아픔 속에서 감성을 노래해야 하기에 윤동주의 영혼은 더욱 슬프다. 시를 통해 고통을 어루만지면서도 시를 쓰는 자신을 부끄러워 하고, 시대에 무력으로 맞서지 못한다는 것에 괴로워 한다. 자신의 이름 석자를 잊지 않으려 계속해서 외치는 모습에서 그의 혼란스러우면서도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영혼이 보인다.

‘윤동주, 달을 쏘다’를 무대화 하는데 있어 특히 돋보이는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윤동주 역 박영수는 극이 마지막으로 치닫기까지 점점 더 소용돌이 치는 감정을 훌륭하게 표현한다. 다소 지루하게 그려진 1막에 비해 2막에서 그의 감성 연기가 폭발하며 몰입도를 높이고, 윤동주의 비극적인 삶을 더 처절하게 그린다.

송몽규 역 김도빈, 강처중 역 조풍래 역시 제 역할을 다한다. 최근 영화 ‘동주’를 통해 송몽규, 강처중이 윤동주와 함께 주목 받은 가운데 ‘윤동주, 달을 쏘다’ 역시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가며 청년들의 아픔을 더 가슴 쓰리게 표현한다.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 공연시간 160분. 오는 27일ᄁᆞ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윤동주, 달을 쏘다’ 공연 이미지. 사진 = 서울예술단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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