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 '오빠생각' 이희준이 밝힌 연기·결혼·임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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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악한 역할과 선한 역할의 이분법적 구분은 없지만 완벽한 캐릭터에 매력을 덜 느끼는 것 같아요. 한소위(임시완) 역할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정의로운 역은 하기도 어렵고, 시완이처럼 못 해냈을 것 같더라고요. 그런 캐릭터에 흥미를 덜 느끼기도 해요. 악역도 그냥 나쁜 사람에게는 매력을 잘 못 느끼죠. 선한 역도 선하려 하는데 제대로 안 되는, 그런 게 진짜 인간이지 않을까요.”

어딘가 결핍된 인물, 완벽하기 보다는 한 구석에 틈이 있는 인물들에 매력을 느끼는 배우 이희준이 영화 ‘오빠생각’의 갈고리 역을 맡은 건 당연해 보인다. ‘오빠생각’은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전쟁터 한가운데서 시작된 작은 노래의 위대한 기적을 그린다. 이 영화에는 유일한 악역이 등장하는데 그가 바로 갈고리. 전투에서 한 손을 잃은 뒤 아이들을 이용하거나 군 보급품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배를 불리는 인물이다.

“전 부족한 게 좋아요. ‘슈스케’를 보며 어느 순간 느꼈던 게, 어떤 친구는 정말 완벽한 테크닉과 외모를 지녔고 흠잡을 데 없이 해냈는데 감동이 없는 반면 어떤 친구는 음도 틀렸는데 ‘왜 눈물이 났지’ 싶더라고요. 제가 뭔가 부족한 것에 매력을 느끼나봐요. 안 부족하려고 하지만 부족한 게 인간인 것 같고요. 배우로서 그런 걸 잘 표현해 내고 싶어요.”

2% 부족한 악역 갈고리 역을 맡게 된 이희준은 눈빛부터 바꿨다. 갈고리 캐릭터를 만들어갈 때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 눈을 떠올렸다. 상황이 갈고리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손과 가족을 잃고 거지가 된 인간의 눈이 어떻게 변화했을까를 고민했다. 고민의 시간을 거쳐 자신의 선한 눈을 지워내고 고양이의 눈빛을 덧씌웠다.

“배우로서 재미있는 경험인 것 같아요. 제가 호기심이 많기도 하고요. 손이 없어진 인물은 어땠을까,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얼마나 손이 있고 싶을까, 얼마나 손이 있는 척 하고 싶었을까 이런 상상을 하게 되고요. 재미있었고, 배우로서는 행복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해, 공감해보는 순간들이요. 굉장히 재미있는 창작 경험이었죠.”

이런 이희준이 성인 배우 중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인물이 바로 임시완이다 .그는 고아성은 무척 매력적인, 임시완은 대견스러운 배우라 전했다.

“전 시완이랑 많이 부딪혔는데, 제가 저 나이에 저렇게 했을까 싶더라고요. ‘난 연기를 배웠고 시완이는 안 배웠는데?’ 생각도 했죠. 계속 정의롭기만 한 인물을 관객들이 믿을 수 있게 긴 호흡을 끌고가는 게 되게 어려워요. 저 나이에, 영화도 두 번째 밖에 안 됐는데 해낸 게 대견스러워요. 제가 저 나이었으면 못했을 거예요. 실제로 시완이는 한상렬 소위와 비슷하기도 하고요.”

이희준은 많은 시간 호흡을 맞췄던 아역배우들에 대해서도 놀라움을 내비쳤다. 연기를 하는 모습이나 대하는 자세들이 어린아이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

“제가 아이들을 잘 못 대해요. 역할 때문에 아이들이 절 보면 눈물이 나고, 무서워하고, 못 쳐다보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장에서 아이들과 눈을 안 마주커거나, 마주치게 되면 피하지 않고 계속 쳐다봤죠. 전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극 중 제가 깡패를 때린 후 아이들에게 일 안 나가냐고 하는 신이 있는데, 전 아이들이 무서워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6살 짜리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봤냐? 되게 무섭게 연기하지 않냐?’라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얼굴이 빨개져 감독님 쪽으로 도망가 앉아 있었다니까요. (웃음)”

아이들을 잘 대하지 못하겠다는 이희준이지만 그도 언젠가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될 것. 이희준은 오는 4월 모델 이혜정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평소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는 그는 ‘이 사람과 살고 싶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이혜정과의 결혼을 결심했고, 아들을 낳아 오순도순 목욕탕을 다니는 소박한 꿈을 꾸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좋아요. 그런데 결혼이 준비할 게 많더라고요. 어머님께서 장남이라 뺄 건 빼더라도 할 건 하자고 하셨는데, 정말 준비할 게 많은 것 같아요. (웃음)”

[배우 이희준.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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