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이정원 기자] "작년처럼 하지 말아야죠."
베테랑 내야수 오선진은 2008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26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이후 오랜 기간 한화에서 뛰다가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에 잠시 몸을 담았다.
이후 FA를 통해 한화로 돌아왔고, 2023시즌이 끝난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롯데에서의 생활은 길지 않았다. 26경기 4안타 타율 0.200, 데뷔 후 가장 적은 경기 출전을 기록한 채 방출됐다.
어쩌면 유니폼을 벗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키움이 손을 내밀었다. 연봉 4천만원에 오선진과 계약한 것. 키움은 계약 당시 "오선진은 내야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선수로서 안정적인 수비력과 준수한 작전 수행 능력을 갖췄다"라고 영입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오선진은 키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단 한 번의 1군 말소 없이 22경기에 나와 10안타 1홈런 9타점 5득점 타율 0.313 OPS 0.905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26일과 2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주말 경기는 키움이 왜 오선진을 영입했는지 보여줬다. 26일 경기에서는 연장 승부를 끝내는 결승타를 때렸다.
그리고 27일 0-0으로 팽팽하던 3회 2사 만루에서 SSG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만루홈런을 쳤다. 데뷔 18년 만에 만든 만루홈런이자, 삼성 소속이던 2021년 6월 26일 대전 한화전 이후 1036일 만에 홈런.
또한 오선진은 4회 만루에서 최민준의 공에 맞아 밀어내기 타점에 성공했다. 5타점을 작성하며, 한화 소속이던 2019년 5월 9일 인천 SK 와이번스(現 SSG)전 4타점 을 넘는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을 경신했다. 프로 데뷔 1157경기 만에 인생경기를 펼친 것이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오선진의 만루홈런으로 분위기를 가져왔고, 4회 밀어내기 타점으로 승기를 확실히 잡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27일 경기 후 만난 오선진은 "기쁘다. 잘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그냥 내 위치에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런 날도 있는 것 같다"라며 "파울은 아닐 것 같다고 생각은 했는데, 운이 좋았다"라고 미소 지었다.
이어 "전반적으로 타격감이 나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있다. 타석에서 투수 공을 많이 보려고 한다. 쉽게 죽지 않으려고 하는데 운이 좋게 안타가 나온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데뷔 후 가장 부진했던 지난 시즌, 그 후 롯데에서 방출됐다. 어쩌면 선수 인생이 끝날 수도 있었다. 그는 어떻게 다시 살아났을까.
오선진은 "마음가짐은 비슷하다. 이제는 쫓기지 않으려 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야구를 하면 괜히 쫓기는 것 같다"라며 "올해는 그냥 편하게 내가 할 것만 하자는 생각으로 한다. 그냥 준비한 대로 투수와 싸우고, 수비하고 이런 부분이 내가 해야 되는 부분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작년에 한화를 떠나 롯데라는 새로운 팀에 갔으니 '잘해야지, 보여줘야지' 하는 마음이 강했다. 지난 시즌이 후회가 되더라. 야구는 내가 하는 건데, 너무 잘하려고 하는 마음이 강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오선진은 "그래서 편한 마음을 먹으려고 한다. 내가 준비한 것만 야구장에서 보여주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라고 활짝 웃었다.
방출생의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천 = 이정원 기자 2garde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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