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은행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금지론 등장…금경연 “제도 개선해야”

“금융당국 감독의무 강화해야”
“은행판 중대재해처벌법 필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금융경제연구소가 주관한 2024년 제1차 금융노동포럼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 어떻게 볼 것인가?’가 열렸다./구현주 기자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금융경제연구소가 주관한 2024년 제1차 금융노동포럼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 어떻게 볼 것인가?’가 열렸다./구현주 기자

[마이데일리 = 구현주 기자]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 후 현 은행의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규제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각에선 은행 창구에서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원금손실 위험이 높은 투자상품을 못 팔게 하거나,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을 은행 경영진에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논의는 최근 홍콩H지수 ELS 사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시작됐다. 2021~2023년 많은 소비자가 은행 직원 권유로 홍콩H지수 ELS의 원금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인지 못한 채로 해당 상품에 가입했고, 최근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투자원금 절반가량을 잃었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금융경제연구소가 주관한 2024년 제1차 금융노동포럼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 어떻게 볼 것인가?’가 열렸다. 해당 금융노동포럼에서는 홍콩H지수 ELS 사태가 발생한 원인을 진단하고 제도 개선 등을 논의했다.

첫 번째 발제자인 성수용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는 “2019~2020년 사모펀드 사태 여진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홍콩H지수 ELS 사태가 발생했다”며 “대형 금융사에서 문제점이 발생했는데, 이는 금융사 판매시스템이 불완전판매를 인지 못한 채 운영됐으며 또한 일선에서 고객 중심 영업 관행이 정착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모펀드 사태로 은행 비예금 내부통제모범규준이 생겼음에도 금융감독원 감사 결과 은행 비예금 상품 위원회가 그간 형식적으로 운영됐음이 드러났다”며 “또한 파생결합상품에 투자하기 부적합한 성향을 지닌 투자자에게 ELS를 판매하는 등 판매시스템 차원 문제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ELS 사태 이후 은행 창구에서 고위험 투자상품을 판매 못 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의 김성영 보좌관은 “ELS 자체가 불완전판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품으로, 은행 창구에서 완전판매를 한다면 단 한 건도 안 팔릴 것”이라며 “키코, ELS, 커버드콜 등 사태 공통점은 옵션 매도 상품인데, 이같은 상품은 판매 금지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경제연구소 주관 2024년 제1차 금융노동포럼에서 왼쪽부터 최원철 전국금융노동산업노동조합 대외협력본부 부위원장, 김기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장,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임동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사무처장./구현주 기자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경제연구소 주관 2024년 제1차 금융노동포럼에서 왼쪽부터 최원철 전국금융노동산업노동조합 대외협력본부 부위원장, 김기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장,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임동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사무처장./구현주 기자

현실적으로 은행의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전면 금지가 어렵기에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원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대외협력본부 부위원장은 “은행에서 사용하는 성과평가지표(KPI)를 현재 투자상품 판매 중심에서 고객수익 중심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며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수수료가 아닌 새로운 비이자이익 창출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5대 시중은행이 지난 2021-2023년 ELS 판매로 올린 수수료이익은 7000억원이다.

최 부위원장은 “금융당국 공동 책임제를 도입해 금융감독원의 모니터링, 감독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며 “은행판 중대재해처벌법을 도입해 은행권 경영진 책임을 강화하는 등 내부통제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 또한 “은행 ELS 판매를 금지해도 다른 비슷한 구조 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것”이라며 “원금손실 가능성 있는 상품 판매 전면 금지 등은 오히려 금융소비자 불만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상적인 은행의 자율적인 통제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불완전판매 시 은행의 존립에 위협이 될 정도로 엄벌을 내리거나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현주 기자 wint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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