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현우' 조현우의 선방쇼가 불편했던 이유[심재희의 골라인]

한국, 태국 원정 경기 3-0 승리
조현우, 철벽방어로 승리 수훈갑

조현우(왼쪽)가 26일 태국전에서 공을 차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조현우.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3-0 완승. '아시아의 호랑이' 한국 축구가 태국 원정에서 대승을 거뒀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 실패와 21일 태국과 홈 경기 무승부 등으로 안긴 실망감을 어느 정도 풀어 줬다. 하지만 불안불안했다. 최근 계속되는 문제점을 다시 노출해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2023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선제골을 기록하고도 승리 마침표를 좀처럼 쉽게 찍지 못했다.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과 대결(3-1 승리)부터 먼저 득점에 성공했지만 상대 공격에 시달리며 고전했다. 먼저 득점하고도 동점골을 얻어맞고 불안하게 경기를 치른 경우가 많았다. 이상하리만큼 리드를 잘 지키지 못하고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겨줬다.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2-2 무승부),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3차전(3-3 무승부)에서 똑같은 패턴을 보였다.

한 수 아래로 여긴 팀들을 상대로 리드 속에서도 고전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 이런 문제점은 21일 태국과 홈 경기에서도 다시 드러냈다. 전반전 막판 손흥민의 선제골로 앞서나갔으나 수비 집중력 부족으로 후반전 중반 동점골을 내줬다. 다시 공세를 퍼부었으나 태국의 밀집수비를 뚫지 못하고 1-1로 비겼다.

26일 태국과 원정 경기에서도 자칫 잘못하면 전철을 밟을 뻔했다. 이재성이 전반 19분 선제골을 기록했지만, 또다시 상대 공격을 쉽게 받아주면서 수세에 몰렸다. 스로인 상황에서 치명적인 실책을 범해 동점골을 헌납할 뻔하기도 했다. 조현우가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슈팅을 막아냈지만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런 분위기 로 태국 공격에 밀렸고, 조현우가 '빛현우 모드'를 가동하며 최후의 방어선을 내주진 않았다.

한 수 아래의 팀을 상대로 골키퍼가 계속 빛나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쉬이 이해를 하기 힘든 불편한 상황이다. 선제골을 넣고 리드를 잡았을 때,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오는 부분을 역이용해 추가 득점에 성공할 수 있는 경기 운영과 집중력이 필요했다. 2023 아시안컵 때도 그랬지만, 이기고 있을 때 경기 내용이 더 안 좋아져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조현우의 '불편한' 선방이 몇 차례 이어진 후 한국은 승리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 9분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멋진 개인기와 슈팅으로 두 번째 골을 작렬했다. 후반 37분에는 코너킥 공격에서 절묘한 세트 피스로 쐐기포를 뽑아냈다. 김진수의 크로스를 김민재가 엄청나게 높은 타점에서 헤더로 떨어뜨렸고, 박진섭이 통렬한 슈팅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강팀의 조건 중 하나가 '지키는 힘'이다. 앞서 나가면서 여유 있게 리드를 계속 유지하고, 기회가 오면 더 달아나는 힘. 3-0 대승 속에 가려졌지만 현재 한국 대표팀에는 그런 힘이 부족해 보인다. 조현우의 빛나는 선방쇼가 불편했던 이유다. 

심재희 기자 kkamano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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