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더랜드', 제2의 '사내맞선'을 노렸다면 실패입니다 [MD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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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더랜드'는 이것이 최선이었을까.

JTBC '킹더랜드'가 베일 벗었으나, SBS '사내맞선'이 그리워질 정도다. 임윤아와 이준호란 화려한 캐스팅에 기대가 컸으나, 초반 내용은 거기에 못 미쳤다. 작위적 설정, 진부한 연출, 시대착오적 대사 때문이다.

인턴으로 입사한 구원(이준호)은 등장부터 남달랐다. '낙하산' 인턴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낙하산 타고 출근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지니TV '가우스전자'에서도 유사하게 연출된 적 있는 장면이다. 굳이 새롭지 않은 장면을 보여줘야 했을까.

과도한 연출도 있었다. 부장은 인턴 노상식(안세하)이 복사기 토너를 쏟는 사고를 치자 "뽑아도 어디 이따위 것을 뽑나"라고 폭언했다. 구원이 반박하자 "개념 없는 놈이다"라며 손까지 올렸다. 인턴을 하루아침에 "꺼져라.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고 말 한마디로 퇴사 처리하기도 했다. 모두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었다.

결국 구원은 자신이 회장의 아들임을 밝혔는데, '사이다 장면'으로 의도했을 수 있겠으나 진부한 느낌이 컸다. 회사 직원들이 구원의 정체를 알게 되자 당황하는 장면, 구원이 노상식을 즉석에서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장면에 신선함은 없었다.

성인지 감수성도 떨어졌다. 여성 선임이 "쓸데없이 예쁘다"는 말과 함께 천사랑(임윤아)을 괴롭히는 장면을 보면, 아름다운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미움 받기 쉽다는 잘못된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여성 직원이 노상식을 회장 아들로 착각하고 의도적으로 다가가는 설정은 불쾌감도 줬다.

반면 '사내맞선'은 달랐다. 설정은 전형적이었으나, 독특한 연출과 엉뚱한 위트로 클리셰를 풀어냈다. 캐릭터 간의 관계성은 낯익었어도, 세련된 대사와 캐릭터끼리 주고받는 호흡이 신선했다. 덕분에 지루할 틈 없었다.

영상 효과로 보는 재미도 줬다. 강태무(안효섭)의 등장 장면에서 그림이 배우로 전환되는 연출, 신하리(김세정)가 새 옷을 입을 때마다 옷이 변하는 효과, 영상에 삽입된 대사 등을 통해 웹툰 원작이라는 장점을 톡톡히 살렸다.

성평등 문제도 적절히 짚었다. 계빈(임기홍) 차장이 여의주(김현숙) 부장에게 "여부장이야 비혼주의자니까 쓸데없는 소리라고 하지만, 여직원들한테는 (강태무의 신상이)고급 정보다. 잘하면 신분 상승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자 여의주 부장은 "여직원이 아니라 직원이다. 성차별적인 발언 하지 말라. 신분 상승 같은 소리하지 말고 결재 서류나 올려라"고 받아쳤다.

결국 '사내맞선'은 영리했다. 익숙한 만큼 쉽게 볼 수 있다는 클리셰의 장점만 취했다. 이야기의 큰 틀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신선하게 채웠다. 반면 '킹더랜드'는 고리타분한 클리셰의 단점까지 끌어안았다. 소재가 비슷하다고 모두 흥행할 수는 없는 법이다. 제2의 '사내맞선' 신드롬을 기대했다면 아직은 실패다.

[사진 = '킹더랜드', '사내맞선'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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