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볼넷·유인구” 박찬호 스쿨 수제자에게 따라붙는 금지어…5선발 ‘기 살리기’[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단어도 바꿔야 할 것 같다.”

키움은 유망주 장재영(21)이 지난 2년간 성장하지 못한 이유를 결국 멘탈에서 찾았다. 장재영이 ‘9억팔’이란 별명부터, 제구 난조에 볼넷 등 좋지 않은 현장에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분석했다. 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이 있는 홍원기 감독은 장재영에 대해 얘기할 때 사용하는 사소한 단어부터 바꿨다.

홍 감독은 26일 시범경기 고척 LG전을 앞두고 “’제구’라는 말보다 ‘승부’라는 말을 쓴다. ‘볼넷을 내주지 마라’, ‘유인구를 던지지 말고 승부하라’, 뭐 이런 얘기도 안 한다. 부정에 대한 확신이 있는 선수다. 뭔가 하지마라고 하면 위축된다”라고 했다.

투수 전문가 손혁 한화 단장도 지난달 메사 스프링캠프에서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투수가 제구가 안 좋다고 말하면 진짜로 힘들어진다. 그런데 제구가 안 좋은 투수도 ‘나 제구 안 좋은 것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빨리 고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만큼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장재영은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에서 선발투수로 성공적인 실적을 냈다. 이 무렵 방망이도 다시 잡으며 타자 입장에서 투수를 상대하는 심리도 되새겼다. 시범경기를 통해 꾸준히 투구수도 올렸고, 26일 고척 LG전을 앞두고서는 마침내 홍원기 감독이 ‘5선발’이라고 공언했다.

홍 감독은 “장재영에게 10~15승을 바라는 게 아니다. 실점하면서 경험을 쌓으라는 것이다.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올해는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사실 키움은 안우진~에릭 요키시~아리엘 후라도~최원태로 이어지는 1~4선발의 완성도가 어느 팀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장재영이 부담을 가질 이유가 없다.

홍 감독부터 이렇게 조심하니, 코칭스태프 역시 장재영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장재영 역시 선발투수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시범경기를 보면 여전히 간혹 제구가 흔들려 볼넷을 주고 흔들리는 구간이 나왔다. 하지만, 그런 점만 생각하고 부각시키면, 장재영의 장점을 살리기 어렵다는 판단도 내린 상태다. 어쨌든 역대급 재능을 가진 유망주인 건 사실이다.

장재영은 25일 고척 LG전서 4이닝 4피안타 3탈삼진 2볼넷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나 홍 감독은 장재영의 투구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도 삼갔다. 장재영이 최상의 환경에서 잠재력을 터트리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떻게 보면 지극정성이다.

키움은 내달 1일 고척 한화전으로 2023시즌에 돌입한다. 스케줄상, 장재영의 역사적 선발투수 데뷔전은 6일 고척 LG전이 유력하다.

[장재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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