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정대현 예감…32세 체인지업 마스터, 5OUT 아트피칭 ‘한국야구 보물’[MD투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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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투손(미국 애리조나주) 김진성 기자] 제2의 정대현이다.

한국야구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각종 국제대회서 사이드암 정대현을 활용해 짭짤한 재미를 봤던 기억이 있다. 동의대 정대현 코치는 경희대 시절부터 대표팀에 단골멤버로 등장, 고비마다 한국을 구하고 다른 나라 타자들을 침묵시켰다.

정대현 특유의 독특한 딜리버리에서 나오는 변화무쌍한 무브먼트가 잠수함이 생소한 외국타자들에게 큰 이점을 보였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확정 순간에도 마운드의 주인공은 정대현이었다. 잠수함이 많지 않은 중남미 계열의 국가들이 특히 정대현을 어려워했다.

정대현은 국내에선 SK의 마무리투수로 맹활약했다. 전성기가 짧은 느낌도 있었지만, 싱커라는 확실한 무기가 있었다. 롯데에서 2016년까지 뛰며 통산 662경기서 46승29패106세이브121홀드 평균자책점 2.21을 기록했다.

세월이 흘러 한국야구에 제2의 정대현이 등장할 조짐이다. 주인공은 KT 고영표. 국내에선 지난 2년 간 11승, 13승을 쌓으며 리그 최강 사이드암 선발투수로 우뚝 섰다. 작년에는 28경기서 182⅓이닝을 던져 13승8패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했다.

고영표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이다. 흔히 우투수의 체인지업은 좌타자 바깥으로 형성되지만, 고영표는 위에서 아래로 가라앉는 특성이 있다. 타자로선 방망이에 걸리는 면적이 적을 수밖에 없다. 특히 국제무대서 단기간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고영표는 도쿄올림픽서 이미 ‘국제용’의 조짐을 보였다. 비록 2경기서 1패 평균자책점 5.59에 그쳤지만, 일본전서 5이닝 6피안타 7탈삼진 1볼넷 2실점으로 호투했다. 다가올 WBC서도 일본전 등판 가능성이 충분하다.

1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컴플렉스. 고영표가 무려 5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아트피칭을 했다. 투구수는 단 16개. 1개의 안타를 맞았으나 탈삼진 2개를 잡았다. NC 타자들이 급하게 방망이를 내긴 했지만, 고영표의 공격적인 체인지업 구사도 돋보였다.

WBC 공인구는 KBO리그 공인구보다 미끄러운 편이다. 이날 KBO가 머드작업을 한 공인구를 투수들에게 제공하긴 했지만, 투수들에겐 확실히 미묘한 변화다. 다행히 고영표가 주무기 체인지업을 구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고영표는 “횡으로 회전하는 커브나 슬라이더는 손에서 미끄러운 느낌, 부담스러운 느낌이었다. 그걸 감안하면 제구가 잘 됐다. 체인지업은 편안하게 던졌다”라고 했다. 체인지업 마스터가 상황에 따라 이 번 대회 가치가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

투구수 제한이 있는 WBC서 공격적인 투구가 중요한 건 사실이다. 고영표도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투구수 제한이 있는 경기를 해본 적이 없어 실감이 안 난다. 정교한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게 목표다”라고 했다. 물론 올림픽 일본전서 야마다 테츠토에게 맞은 2루타를 기억한다. 고영표는 “잘 치는 타자는 경계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투수들이 날씨가 추워서 컨디션이 덜 올라온 느낌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고영표의 좋은 컨디션을 확인한 게 NC와의 첫 평가전 수확이다. 선발은 물론 불펜 활용 가능성도 충분하다. 고영표는 “처음보는 투수도 있고 알고 지냈던 투수도 있다. 대표팀에서 후배들도 잘 챙기겠다”라고 했다.

[고영표. 사진 = 투손(미국 애리조나주)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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