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감동·의미 다 잡았다…웰메이드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마데핫리뷰]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이문세의 '조조할인'이 흘러나오자 서울극장 앞 횡단보도가 순식간에 무대로 바뀐다. 주인공은 노래에 맞춰 춤추고 수많은 행인도 함께 몸을 움직인다. 눈과 귀가 즐거운 장면이 줄곧 이어지다 끝에 가선 진한 여운을 남긴다. 웃음, 감동, 의미를 두루 갖춘 '인생은 아름다워'는 '잘 만든 뮤지컬 영화'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준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최국희 감독의 신작 '인생은 아름다워'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암 환자 세연(염정아)의 첫사랑 찾기 여정을 담는다. 다소 뻔한 설정으로 보일 수 있으나 세연의 과거 여행에 남편 진봉(류승룡)이 합세해 예상치 못한 사건이 속속 일어난다.

할 줄 아는 말이라고는 잔소리뿐인 듯한 남편, 덕질하는 가수 외엔 모조리 관심 밖인 딸, 무뚝뚝하고 말수 적은 사춘기 아들을 둔 세연은 폐암 말기를 선고 받고 2개월 시한부 삶을 살게 된다. 생일에 축하는커녕 수능 앞둔 아들 시험에서 떨어질까 미역국도 끓이지 말라는 남편에 이골이 난 세연은 대뜸 황당한 제안을 한다. 첫사랑 정우(옹성우)를 만나게 해달라는 것. 진봉은 아내의 제안이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여행길에 동행한다.

세연과 진봉은 정우의 이름 세 글자만 갖고 전국을 누빈다. 신혼여행지였던 해운대 바닷가, 처음으로 같이 영화를 보러 갔던 서울극장, 경복궁 서촌의 골목길을 거닐며 과거를 추억하고 정우의 근황을 수소문하며 멀어졌던 거리를 조금씩 좁혀간다.

122분 동안 지루할 틈 없는 볼거리가 몰아친다. 서울에서 시작해 세연이 학창 시절을 보냈던 목포, 부산, 정우가 일했던 방송국이 있는 청주, 해남까지 전국의 다채로운 풍경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 방송, 영화 '사랑과 영혼'은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당대 유행했던 옷, 머리 모양, 깨알 같은 소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삽입곡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유행해 지금도 회자되는 대중음악으로 선정됐다. 신중현의 '미인', 이승철의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 유열의 '이별이래'처럼 누구나 알만한 곡들이 등장인물의 상황에 알맞게 녹아들었다. 최 감독은 언론 시사회에서 "이야기에 어울리고 뮤지컬로 만들 수 있는 곡"이라고 선곡 기준을 설명했다.

배우진은 너 나 할 것 없이 고른 호연을 보여준다. 극의 중심에 선 류승룡은 골칫덩어리 남편을 맛깔나게 소화해 몰입도를 높인다. 세연의 어린 시절로 분한 박세완은 짧은 등장에도 뚜렷한 존재감을 내뿜는 동시에 장기인 사투리 연기를 한껏 발휘한다. 말간 첫사랑의 얼굴로 관객의 마음을 홀리는 옹성우 역시 인상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배우는 바로 염정아다. 연기력이야 익히 알고 있지만 노래도 잘할 줄은 미처 몰랐다. 청아한 음색, 귀에 쏙쏙 박히는 노랫말, 섬세한 고음으로 제 몫 이상을 해내고야 만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오는 28일 개봉 예정이며 상영시간은 122분, 12세 이상 관람가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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