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1차지명 포수는 왜 NC 덕아웃에 몸을 던졌나 "못잡으면 2군행 생각하고…"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응원가도 나오고 응원 소리도 듣는 것이 꿈입니다"

롯데 자이언츠 강태율은 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시즌 9차전 '낙동강더비' 홈 맞대결에 포수, 8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2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롯데 포수 정보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1군에서 말소됐고, 안중열이 포구 과정에서 왼쪽 엄지 타박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게 되면서 지난 4일 강태율을 1군으로 불러올렸다.

강태율은 지난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의 1차 지명을 받은 포수로 지난해까지 1군 출전이 36경기에 불과했던 선수였다. 선수단 내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서 기회가 찾아왔고, 강태율은 시즌 첫 선발 경기에서 공·수에 걸쳐 자신이 가치를 증명했다.

강태율은 1-0으로 근소하게 앞선 2회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 작전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롯데는 강태율의 진루타로 만들어진 찬스에서 득점을 만들어내며 최상의 결과를 이끌었다. 활약은 단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강태율은 4-1로 앞선 6회말 무사 만루에서 NC 김진호를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쳐 승기에 쐐기를 박았다.

타선에서의 활약보다 더 돋보인 것은 수비였다. 강태율은 2회초 1사 1루에서 도루를 시도하던 양의지를 2루에서 저격하며 깔끔하게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5회초 2사 2루 위기에서는 김주원이 친 파울플라이에 몸을 사리지 않았다. 강태율은 NC 더그아웃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타구를 잡아내는 엄청난 플레이를 선보였다.

롯데는 지시완이 최근 '입스' 증세를 보이고 있고, 정보근과 안중열의 타격이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포수 고민이 깊었다. 하지만 강태율이 지난 2021년 6월 23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408일 만에 선발로 포수마스크를 쓴 경기에서 2021년 5월 1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461일 만에 타점까지 생산, 제대로 눈도장을 찍으면서 선택지가 조금은 넓어졌다.

경기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강태율은 "올해 처음 1군에 올라와서 첫 선발 출전인데, 팀이 이겨서 너무 좋은 것 같다"며 3루 더그아웃으로 넘어지면서 부상을 당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트레이너 코치님이 운동을 잘 시켜준 덕분이다. 멀쩡하다 원래 잘 안 다친다"고 활짝 웃었다.

허문회 전임 감독이 팀을 이끌었던 시절을 제외하면 1차 지명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찾아온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고, 그 마음이 혼신의 힘을 다한 플레이로 연결됐다. 강태율은 "이건 못 잡으면 (2군으로) 내려간다는 생각으로 했다. 멈출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내가 죽더라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포수는 다른 포지션과 달리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매우 많다. 상대 타자들의 전력 분석은 기본, 투수와 호흡을 비롯해 포구(프레이밍), 블로킹, 송구에 타격까지 해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주전 자리를 꿰차기 힘들다. 하지만 주전으로 도약한다면 그만큼 자리를 지키는 것에서 유리하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강태율은 "2군에서 정말 많이 힘들었다. 멘탈적으로도 힘들고, 야구장에 출근하는 길이 싫고, 자괴감이 들었다. 하지만 2군에서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충분히 좋은 선수'라고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 주셨고,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로에 발을 들인 뒤 7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주전 자리를 맡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강태율은 "주전 포수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어릴 때부터 꿈꿔왔다. 부산에서만 자라고 롯데만 보고 살았다. 여기서 자리를 잡아서 내 응원가도 나오고 응원 소리도 듣는 것이 꿈"이라며 그렇게 될 수 있게 열심히 보다는 더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강태율.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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