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긴장감과 공포…'비상선언', 한국형 재난영화의 정점 [마데핫리뷰]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무엇을 상상하든 보기 좋게 빗나간다. 긴장감을 유지한 채 이어지는 예측 불가 전개로 관객을 충격에 몰아넣는다. 사실적이다 못해 공포심까지 들게하는 기술력에 '이런 영화를 한국에서 또 볼 수 있을까?' 스스로 묻게 된다. 한국형 재난물의 정점이라 부를 만한 영화 '비상선언'이다.

노련한 형사 인호(송강호)는 경찰서에 출근해 테러 예고 영상 한 편을 제보 받는다. 영상 속 의문의 남자는 영어로 당장 오늘 비행기를 테러할 거라 말한다. 인호는 하와이행 비행기를 타러 나선 아내를 걱정하며 테러범의 자택을 수사하다가 끔찍한 현장을 목격한다.

공항을 배회하며 승객이 가장 많은 도착지를 찾던 진석(임시완)은 재혁(이병헌) 딸이 자신의 비밀스러운 행동을 지켜본 데 대해 불쾌감을 느낀다. 진석은 재혁의 주변을 맴돌며 위협적인 말을 서슴지 않고, 심지어 재혁이 탑승하려는 하와이 항공편까지 알아내 같은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하와이로 이륙한 KI501 항공편에서 원인불명 사망자가 발생하자 기내는 혼란에 휩싸인다. 머지않아 재혁 딸의 고발로 진석이 테러리스트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승객들은 불안에 떤다. 상공에서는 부기장 현수(김남길)와 사무장 희진(김소진)이, 지상에서는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실장 태수(박해준)가 테러범을 제압하고 모두가 무사히 회항할 수 있도록 고군분투한다.

영화에는 7명의 주연과 김보민, 우미화, 설인아, 이열음, 문숙 등이 분한 여러 조연이 나온다. 등장인물이 여럿이라 깊이감이 부족하거나 한데 융합하기 어려울 거란 생각은 접어둬도 좋다. 각자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는 동시에 화합한다. 약 4개월간의 심사를 거쳐 발탁된 승객 역의 배우들 역시 매끄럽게 이어져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초호화 배우진 가운데 임시완의 존재감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이유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테러범 진석을 온전히 빚어내며 다시금 새 얼굴을 꺼내놓았다. 배경으로 깔리는 섬뜩한 음악에 어우러진 임시완의 살기 어린 눈빛은 보는 것만으로 소름이 끼칠 정도니 말이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정선을 유지하며 개성과 생명력을 불어넣은 임시완이다.

'비상선언'은 진일보한 기술력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굉음과 함께 질주하는 비행기, 바다로 빠르게 곤두박질하는 보잉777이 완성도 높게 묘사돼 오감을 깨운다. 한재림 감독은 생생한 항공 재난을 그려내기 위해 1년 동안 사전 제작을 거쳤다. 실제 비행기의 본체와 부품을 공수해 세트를 만들고, 대한민국 최초로 360도 회전하는 초대형 항공기 세트를 구현했다.

칸 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로 첫선을 보인 '비상선언'은 오는 8월 3일 개봉한다. 상영시간 140분. 12세 이상 관람가.

[사진 = 쇼박스]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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