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만 필터링? 계속 들어오는 '금지 약물' 외국인은 못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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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KIA 타이거즈가 '또' 금지 약물 복용 전과가 있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리그 차원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KIA는 지난 28일 기존의 외국인 선수 로니 윌리엄스의 방출 소식을 전하며 "새 외국인 투수 토마스 파노니와 연봉 30만 달러(이적료 별도)에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파노니는 2018~2019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유니폼을 입고 49경기(13선발)에 나서 7승 7패 평균자책점 5.43의 성적을 남겼다. 올해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산하 트리플A 워체스터 레드삭스에서 5승 3패 평균자책점 4.57,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43승 33패 평균자책점 4.09를 기록하고 KBO리그에 입성하게 됐다.

시즌 중 외국인 선수가 부진하거나 부상을 당할 경우 교체 카드를 꺼내드는 것은 매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KIA의 이번 외국인 선수 교체는 팬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이유는 과거 약물 전력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파노니는 지난 2018년 3월 토론토 산하 트리플A에서 뛰던 시기에 단백동화 스테로이드(데히드로클로로메틸테스토스테론)라는 금지약물 복용으로 무려 80경기 출장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KIA가 비난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약물 전력이 있는 선수들을 꾸준히 영입한다는 점에 있다.

KIA는 과거 '에이스'로 명성을 떨쳤던 헥터 노에시가 2006년 뉴욕 양키스 마이너리거 시절 금지약물을 복용해 2007시즌 7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현재 KIA에 몸담고 있는 소크라테스 브리토 또한 2010년 금지 약물 복용에 적발된 사례가 있다.

헥터는 KBO리그에서 3시즌 동안 무려 46승을 쓸어 담았다. 특히 2017년에는 20승을 수확하기도 했다. 소크라테스는 시즌 초반 부진을 극복, 72경기에서 98안타 11홈런 46타점 타율 0.338 OPS 0.942로 폭주 중이다. 이 기록들이 과연 실력에서 나온 것이 맞을까,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금지 약물 복용은 '공정성'에 크게 어긋나는 행위다. 금지 약물 복용의 효과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노력 없이 약물로만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이는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피땀 흘려가며 노력한 선수들의 성과를 무색하게 만든다. 엄연한 '반칙'으로 팬들은 금지 약물 복용 선수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고, 커리어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금지 약물 복용 전과를 가진 선수들의 입단을 막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규정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선수들 중에서도 몇몇이 약물 전과가 있지만, 현역 선수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차별'과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금지 약물 복용 선수들의 영입을 제재할 수가 없다.

또한 약물과 관련된 사안은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까닭이다. 따라서 KBO와 같은 특정 스포츠 리그에서만 이와 관련된 규정을 만들거나 영입·입단을 막을 방법을 만들 수가 없다. KBO가 매년 강조하는 '클린베이스볼'에 어긋나는 사안이지만, 움직일 수가 없는 이유기도 하다.

리그 차원에서 개입하기 어려운 문제의 경우 구단의 '자발적인 필터링'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금지 약물 복용 전력이 있는 선수들의 영입을 지양해야 한다. 구단의 이익을 위해 리그 전체의 이미지를 깎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문제다.

KIA는 2010년에도 리카르도 로드리게스를 영입했지만,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KBO리그를 떠났다. 부상으로 인해 방출됐다는 것이 공식발표, 그러나 로드리게스는 팀을 나간 후 KBO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부상으로 방출됐다는 것을 온전히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신인드래프트에서 '학교 폭력' 논란이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선수를 뽑을 때도 신중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끝없는 노력을 통해 결과물을 내놓은 선수들이 금지 약물 복용 선수들에게 밀려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토마스 파노니, 소크라테스 브리토, 헥터 노에시. 사진 = AFPBBNEWS,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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