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PAOK 회장 "학폭은 과거일...쌍둥이를 딸처럼 여기고 있다"

레슬링 출신 아모리디스 회장, 이재영-다영 영입 적극 추진

두 선수가 행복하게 그리스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지원 다짐

[마이데일리 = 그리스 유주 정 통신원]그리스 여자프로배구 A1리그 PAOK 테살로니키에서 활약 중인 이재영-다영 자매는 완전히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 잡았다.

쌍둥이가 훈련에 합류한 후 열린 3경기에서 팀은 모두 승리를 따냈다. 지난 17일 그리스에 도착한 쌍둥이는 이제 겨우 보름 정도 팀 훈련에 참가했지만 팀의 '승리 방정식'이 된 듯하다.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의 활약에 가장 기뻐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타키스 플로로스 감독이 가장 좋아하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콘스탄티노스 아모리디스 PAOK 여자배구단 회장이다. 직함은 프레지던트(President)인데 거의 구단주나 다름없다. 아모리디스 회장은 여자 배구단의 창설을 주도했다. 쌍둥이 자매의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인물이기도 하다.

아모리디스 회장도 운동 선수 출신이다. “레슬링 선수 출신”이라고 한다. 그를 지난 달 말 PAOK 스포츠 아레나에 있는 회장실에서 만났다. 지난 8월에 이어 두 번째 만난 덕분인지 반갑게 기자를 맞이했다. 이 자리에는 이다영도 함께 했다.

아모리디스 회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운동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국 멀리 낯선 타향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쌍둥이 자매여서 그리스에 빨리 정착하기를 바라는 아모리디스 회장으로서는 마치 딸처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모리디스 회장은 ‘나이스’하게 지원해 주고 있다고 한다. 기분 좋게 도와주고 있다는 의미인 듯했다.

아모리디스 회장은 “두 선수가 불편하지 않도록 애를 많이 쓰고 있다”며 “두 선수가 행복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우선 순위는 두 선수가 이곳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것, 그리스 생활을 즐기게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모리디스 회장은 쌍둥이 자매가 먹는 것에 불편함이 없도록 신경도 쓰고 있다. 그는 “운동 선수는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쌍둥이 자매가 한국에서처럼 제대로 먹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아파트 인근 식당 두 곳과 계약을 했다. 자매가 필요할 때마다 음식을 주문하면 내가 다 계산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행이 쌍둥이 자매는 그리스 음식에도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이다영은 “워낙 빵과 치즈, 샐러드를 좋아한다. 지금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그리스식 다이어트를 나는 현지에서 하고 있다. 그 음식을 매일 먹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아모리디스 회장은 쌍둥이 덕분에 요즘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아모리디스 회장은 이다영이 데뷔전을 치른 지난달 20일 올림피아코스전이 끝난 후 일어났던 일을 들려줬다.

세트 스코어 3-0으로 이긴, 팀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피아코스전에서 승리한 이후 PAOK 회장은 경기 직후 PAOK 남자배구팀 코치를 만났다고 한다. 아모리디스 회장은 "그 코치가 내게 다가와서 ‘PAOK 여자팀 세터(이다영)를 우리에게 넘기라’고 농담을 건네 왔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다영이 세계적인 실력을 갖춘 선수이기에 남자 팀 코치조차 이다영의 토스 워크에 매료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아모리디스 회장은 “우리 집에 배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딸이 한 명 있다. 그 딸이 이다영의 데뷔전이 너무 빨리 끝나서‘기분이 언짢았다(unhappy)’고 했고 ‘경기가 너무 아름다워서 더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자랑했다.

마지막으로 아모리디스 회장은“이재영-다영 자매가 어린 시절에 학폭을 저지른 것을 안다. 그것으로 힘든 일도 겪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테살로니키에는 쌍둥이 팬이 많이 생겼을 정도”라며 “나는 쌍둥이 자매를 딸처럼 여기고 있다”고 쌍둥이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아모리디스 회장은 두 선수를 위해 스틱 차량(유럽은 대부분 스틱 기어 차량이다)을 마련해 놓았는데 자매가 스틱 차량 운전이 익숙하지 않은 걸 알고 오토매틱 자동차를 다시 주문해 놨다고 한다. 그는 "운전 연수도 내가 직접 해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1시간 남짓한 인터뷰 내내 아모리디스 회장이 얼마만큼 쌍둥이 자매를 친딸처럼 아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자리를 함께 한 이다영도 “회장님이 잘해 주시는 걸 안다”며 “지금 목표는 일단 그리스 리그 우승과 챔피언십 리그 본선 진출이다”고 화답했다.

PAOK 여자 배구팀은 아직까지 A1리그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올해 쌍둥이 자매를 영입한 덕분에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팀으로 올라섰다. 그 우승을 쌍둥이 자매와 아모리디스 회장이 이끌고 있다.

[집무실에서 이다영과 함께한 아모리디스 PAOK 여자 배구단 회장의 얼굴엔 인터뷰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사진= 그리스 유주 정 통신원]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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