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가 회상한 故 제스퍼 존슨 “KT 레전드, 포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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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KT의 레전드다. 덕분에 특정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농구가 가능했다.” 제스퍼 존슨의 전성기를 함께 하며 MVP로 성장했던 박상오의 회고다.

존슨이 돌연 사망,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그린리버대학 드레이크 코치는 지난 28일(한국시각) 자신의 SNS에 “제스퍼 존슨의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의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겠다”라는 글을 남겼다. 찰스 로드, 로드 벤슨 등 존슨과 같은 시기에 KBL서 활약했던 외국선수들도 SNS를 통해 추모했다. 존슨의 사망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존슨은 2009-2010시즌 부산 KT에서 데뷔, 이전 시즌 최하위였던 KT를 선두권으로 이끌며 외국선수 MVP를 차지했다. 2010-2011시즌에도 KT에서 활약했고, 이후 서울 SK-서울 삼성-고양 오리온을 거쳐 2015-2016시즌과 2016-2017시즌에도 KT에서 뛰었다.

박상오는 존슨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선수다. KT는 2010-2011시즌에 창단 첫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는데, 당시 MVP를 차지한 선수가 바로 박상오였다. 존슨은 비록 정규리그 막판 부상을 당해 세리머니를 함께 하지 못했지만, 박상오의 성장과 KT의 정규리그 1위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전력이었다.

고양 오리온의 전력분석원으로 제2의 인생을 이어가고 있는 박상오는 “밤에 기사로 접했는데 깜짝 놀랐다. 믿을 수 없다. 좋은 선수였지만, 나와 마음이 정말 잘 맞는 친구이기도 했다. 은퇴 후에도 SNS로 종종 연락하며 지냈다. 코로나19 상황만 아니었으면 미국에 갔을 텐데…”라며 존슨을 추모했다.

존슨은 내외곽을 오가는 화력에 패스능력을 겸비한 포워드였다. 데뷔시즌에 한 차례 트리플 더블을 작성하는 등 정규리그 250경기에서 평균 17.1득점 3점슛 1.8개 6.2리바운드 2.8어시스트 1.6스틸을 기록했다.

박상오는 “존슨은 KT의 레전드다. KT를 첫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외국선수였다. 존슨 덕분에 모션오펜스가 가능했고, 특정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팀 컬러도 유지할 수 있었다. 기존 외국선수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었다. 훈련할 때도 미팅을 주도하며 이렇게 움직이자는 얘기를 했다. 경기에서 내 눈을 보라는 제스처를 하면, 곧바로 기가 막힌 패스를 해줬다. 국내선수들에게 받아먹는 재미를 느끼게 해줬던 선수”라고 회상했다.

다만, 커리어 막바지에는 대체외국선수로 뛴 시즌이 대부분이었다. “전성기 이후 외국선수 규정이 계속 바뀌다 보니 대체외국선수로 자주 왔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자신감이 떨어진 표정이었다. 원래 당당한 선수였는데 눈치를 보고, 밥도 구석에서 혼자 먹더라. 상처를 받았던 건지, ‘누가 오면 또 돌아가야 된다’라는 생각 때문이었던 건지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던 게 마지막이어서 속상했다.” 박상오의 말이다.

비록 아쉬움 속에 커리어를 마무리했지만, 박상오는 은퇴 후에도 존슨과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며 연을 이어갔다. 존슨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박상오는 “존슨과 함께 했던 첫 시즌에는 내가 많은 시간을 뛰지 못했다. 식스맨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정도였다. 하지만 존슨은 ‘너는 대성할 수 있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잠재력이 보이니까 포기하지 말라. 언젠가는 큰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해줬다. 나를 인정해준 외국선수는 처음이었고, 덕분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고마운 선수였다”라고 말했다. 박상오는 존슨과 함께한 2번째 시즌에 정규리그 MVP로 선정되며 전성기를 맞았다.

[박상오. 사진 =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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