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정근우 "예전의 정근우가 아니라는 생각에 은퇴 결심"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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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38)가 정든 유니폼을 벗는다.

정근우는 11일 잠실구장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결심한 배경과 소감, 그리고 향후 계획 등을 전했다.

정근우는 2005년 SK에 입단, SK의 세 차례 우승(2007, 2008, 2010년)을 함께 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비롯해 숱한 국제대회에 출전하면서 '국가대표 2루수'로 유명세를 탔다. 2014년 FA 대박을 터뜨리며 한화로 이적한 정근우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통산 성적은 타율 .302, 1877안타, 121홈런, 722타점, 371도루. KBO 리그 역대 최고의 2루수로 모자람이 없는 커리어다.

다음은 정근우와의 일문일답.

- 은퇴 소감은.

"16년 동안 프로야구를 했다. 이 자리에서 프로야구 정근우 선수가 마지막을 맞았다. 프로에 처음 들어왔을 때 생각이 난다. 프로 지명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벌써 16년이 흘러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16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고 프로에서 기대 이상으로 잘 한 것 같다. 후회는 없다. 그동안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1~2년 전에 포지션 방황을 하면서 여러 고민을 했는데 다시 한번 2루수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2루수 정근우'로 마지막을 할 수 있어서 감사드린다"

- 은퇴를 결심한 순간은.

"올해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지고 나서 은퇴 계획을 조금씩 세웠다. 주위에서도 내가 예전 2루수로 활약했던 플레이를 기대했고 나 역시 기대했었는데 지금은 예전의 정근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은퇴 시기가 왔다고 판단했다"

- 2루수로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06년 골든글러브 수상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는 탄탄대로였다. SK 시절 2루수로 국가대표까지 했고 한화에 가서 홈런, 타점 등 여러가지로 커리어 하이를 세웠다. 마지막에 2루수로 서게 해주신 LG에 감사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할 때 기억이 많이 남는다. 프리미어12 우승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2루수로 나간 마지막 경기였다. 주장으로서 행복했다"

- 여러 수식어가 붙은 선수였는데.

"'악마의 2루수'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김성근 감독님의 펑고를 하도 많이 받아서 악마의 2루수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위로 오는 공은 몰라도 양옆으로 오는 공은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 김성근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시즌 종료 후 은퇴를 결정했다고 미리 말씀을 드렸다. 감독님이 '벌써 그만두냐'는 말씀을 하시길래 '감독님 덕분에 잘 성장했고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아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렸다"

- 앞서 은퇴를 선언한 김태균이 기자회견 때 많은 눈물을 흘렸다.

"(김)태균이가 많이 울더라. 한화에서 태균이가 야구하는 모습을 계속 봤다. 열심히 했다. 원클럽맨으로서 그 정도 눈물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 준플레이오프 2차전 때 박용택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었다.

"나도 은퇴 결심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박)용택이 형에게도, 나에게도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매 이닝마다 아쉬웠고 불안했다. 끝난 뒤 '형, 수고하셨습니다. 고생 많았어요'라고 이야기했다"

- 1982년생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만둔 친구도 있고, 올해 은퇴한 친구도, 내년에 뛸 친구도 있다. 특히 내년에 뛰는 친구들은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 친구들이 있어서 대표팀에서 선의의 경쟁도 하고 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모두 열심히 했다"

- 향후 계획은 정했는지. 은퇴 결정 후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이제 막 그만둔 터라 조금 더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지금껏 뒷바라지해준 가족에게 고맙다. 아이들이 울지 않고 고생많았다고 큰절을 해줘 감동이었다. 아내는 남편이 지금까지 해왔던 매 경기가 감동이었고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 KBO 리그 역사상 최고의 2루수라는 평가가 있다.

"맞다.(웃음) 그만큼 열심히 했다.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아 홀가분하고 행복한 마음이다"

- 주위에서 연락을 많이 받았을텐데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생각보다 연락이 많이 오지 않았다. 주위에 '왜 연락을 잘 하지 않냐'고 이야기했는데 축하하기가 애매해서 쉽게 전화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 2루수의 매력은.

"내야수 중에 베이스 커버, 역동작이 많은 포지션이다. 송구나 피봇 플레이 등 어려운 게 많다. 여러가지 할일이 많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저렇게 많이 움직였을까 싶었다. 김성근 감독님이 워낙 사인이 많지 않았나.(웃음)"

- 결승타나 결승 득점도 많았는데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 있다면.

"2018년 KT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적이 있다. 부상으로 많이 빠져 있었고 팀도 순위 싸움을 하고 있었다. 나 역시 포지션 방황을 겪는 시기였고 2군을 갔다와서 지명타자와 1루수로 나가던 시기라 심리적으로 힘들었는데 그때 홈런이 나 스스로에게 '다른 포지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

- 팬들에게 한마디.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덕분에 정말 아쉬움보다 행복감을 갖고 은퇴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특히 LG는 내년에 좋은 일만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항상 LG를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사진 = 잠실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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