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1선발 원했던' 플렉센, 가을 무대서 제대로 원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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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두산의 에이스가 되고 싶었던 크리스 플렉센이 가을 무대서 제대로 원을 풀었다.

두산의 2020 스프링캠프 최대 과제는 ‘20승 투수’ 조쉬 린드블럼이 떠난 에이스 자리의 새 주인 찾기였다. 새롭게 합류한 라울 알칸타라와 플렉센 모두 그 역할을 맡아도 손색없는 구위를 뽐냈다. 알칸타라는 강속구와 함께 지난해 KT 위즈서 KBO리그를 한 시즌 경험했고, 플렉센은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유망주 출신으로, 높은 타점에 나오는 강속구와 다양한 변화구가 일품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고심 끝에 플렉센보다 두 살이 많고, KBO리그 경험이 있는 알칸타라에게 1선발을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적중했다. 알칸타라는 5월 5일 LG와의 개막전부터 지난달 30일 키움과의 최종전까지 31경기에서 나서 20승 2패 평균자책점 2.54 호투로 린드블럼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그런데 사실 스프링캠프 당시만 해도 이들의 위상은 정반대였다. 지난 시즌 KT에서 11승 11패 평균자책점 4.01의 평범한 기록을 남긴 알칸타라보다는 뉴욕 메츠에서 유망주로 각광 받은 플렉센을 향한 기대치가 더 높았다. 지난해 린드블럼이 쓰던 등번호 34번 역시 플렉센 차지였다.

그런 자신이 2선발로 밀리니 내심 서운한 마음이 있었던 모양이다. 시즌 말미 김태형 감독은 “플렉센은 아직 어린 느낌이 있다. 마운드 운영을 비롯해 자신이 1선발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도 조금 예민한 모습이 있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7월에는 타구에 발 골절상을 당하며 약 한 달 반 동안 재활까지 진행했다. 여러 모로 뭔가 잘 풀리지 않은 KBO리그 첫 시즌이었다.

그런 플렉센에게 마침내 1선발 기회가 찾아왔다. 두산은 시즌 최종전까지 펼쳐진 순위경쟁 탓에 마지막 경기서도 에이스 알칸타라 카드를 써야 했다. 알칸타라가 그 경기서 8이닝 역투로 팀의 3위 확정을 이끌었고, 결국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이 플렉센에게 돌아갔다. 사실 알칸타라가 4일 휴식 후 무리하게 등판할 수도 있었지만 김 감독은 10월 5경기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5의 압도적 투구를 펼친 플렉센을 신뢰했다.

플렉센은 지난 4일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왜 자신이 에이스를 원했는지 실력으로 보여줬다. 키움을 꺾고 올라온 LG를 상대로 6이닝 4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팀의 기선제압을 견인한 것. 11탈삼진은 외국인투수의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이었고, 이에 힘입어 1차전 데일리 MVP에 선정되는 기쁨까지 누렸다.

6회 힘찬 포효와 함께 임무를 마친 플렉센은 경기 후 “정신을 잃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며 “팀에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었고,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돌려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1선발을 원했던 플렉센이 이번 가을 소원을 제대로 성취했다.

[크리스 플렉센.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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