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이 유우, 최적 캐스팅"…구로사와 기요시 밝힌 #스파이의 아내 #日 731부대 생체실험 소재 [2020 BIFF](종합)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일본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스파이의 아내'에 대해 이야기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26일 오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2020)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선정작인 '스파이의 아내' 온라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스파이의 아내'는 올해 6월 NHK에서 방영했던 스페셜 드라마를 영화로 재제작한 것. 태평양전쟁 직전인 1940년, 아내 사토코와 행복하게 살던 고베의 무역상 유사쿠는 사업 차 만주에 갔다가, 그곳에서 엄청난 만행의 현장을 목격 하고 이를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한다. 사토코는 남편의 비밀이 그들의 완벽한 가정을 위협할 것이라 생각하여 결사적으로 유사쿠를 말리지만 결국 그의 대의에 동참하여 기꺼이 '스파이의 아내'가 되기로 한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1940년 일본이라는 시공간의 불안과 불온의 공기를 배경이자 주제로 삼아, 세 남녀의 얽히고설킨 애정과 신념을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완성했다. 그가 하마 구치 류스케, 노하라 타다시와 함께 각본을 썼고 아오이 유우, 타카하시 잇세이, 히가시데 마사히로 등의 일본 스타 배우들이 출연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릿쿄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면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1983년 '간다천음란전쟁'으로 데뷔한 뒤, 1997년 '큐어'를 연출하면서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1년 '회로'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피프레시 상을 수상했다. 이어 '밝은 미래'(2002), '절규'(2006) 등이 칸과 베니스영화제 등에 초청 받았으며 '도쿄 소나타'(2008)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 '해안가로의 여행'(2014)으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감독상을 수상했다. 2020년 '스파이의 아내'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실시간 화상 연결로 한국 취재진과 만난 것에 대해 "이런 형태가 되긴 했지만 부산에 가지 못하는 가운데 이렇게 접속을 해서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스파이의 아내'에 대해 "저로서는 처음으로 현대를 배경으로 하지 않고 과거 시기를 다룬 작품이다. 오래전부터 시대극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 꿈이 이번에 실현됐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다만 제가 선택한 시기는 아주 오래된 과거는 아니다. 현대로 이어질 수 있는 과거로 1940년 전후를 그렸다. 일본이 위험하고 위태로운 때를 맞이할 순간으로 이 시기를 살았던 부부를 그렸다. 한국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저도 궁금하다. 일종의 서스펜스, 멜로드라마로 보이고자 만들려 했다. 제가 보기에도 일본에 이런 영화가 없어서 저도 각오를 갖고 작업에 임했다"라고 설명했다.

1940년에 초점을 맞춘 것에 대해선 "아시다시피 당시 일본 상황은 여러 지역으로 침공을 해왔다. 1940년 이전 시기엔 전쟁 기운이 농후하지 않았고 국내에선 나름대로 자유, 평화가 있었는데 그것이 40년대가 되면서 전쟁 일색으로 바뀌어온다. 전쟁이 물밑들이 밀려오는 경계 즈음에 해당하는 시기라 선택했다"라고 답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저는 지금까지 주로 현대 이야기, 특히 도쿄를 무대로 한 드라마를 만들어왔다. 현대에 대해 그릴 경우엔 최종적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단정하고 판단하는 게 그다지 쉽지 않았다. 현대와 이어져 있는 과거를 무대로 할 경우에는 이미 역사이기에 그것에 대해 알고 있지 않나. 나름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확신을 갖고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촬영 장소를 찾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예산이 많지 않아 컴퓨터 그래픽을 쓸 수도, 세트를 만들 수도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아주 한정된 장소에서 진행을 하다 보니 정말 어려움이 많았다"라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오이 유우, 타카하시 잇세이 등 출연에 대해선 "제가 희망한 대로 이루어졌다. 최고의 캐스팅이었다고 자평한다"라고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특히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아오이 유우는 정말 멋진 배우다. 영화 속에서 보통의 여성이었다가 굉장한 것을 짊어지게 되는 순간 변화하는 모습을 표정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잘하는 배우라고 느꼈다. 강인함을 봤다"라며 "평상시엔 온화한데 촬영에 돌입하면 이해도가 빠르고 완벽하게 연기한다. 함께하는 스태프들에게도 배려심이 넘친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 731부대의 생체실험 등 자국의 전쟁범죄를 소재로 다룬 것에 부담감은 없었을까.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일본 내 과거사를 짚고 넘어가는 영화라고 받아들이신다면 기쁜 일이다. 하지만 제 자신이 은폐된 일을 다뤘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미 일본인들에게나 세계적으로도 하나의 역사라고 알려진 사실을 바탕으로 그거에 의거해서 성실하게 그리고자 했을 뿐이다"라고 덤덤하게 얘기했다.

그는 "'스파이의 아내'를 만들 때 그렇게 엄청난 각오나 용기가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의식하지 않았다. 역사적 사실이 있다 보니 그에 반하지 않도록 역사는 역사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다. 한편 역사를 그리면서도 엔터테인먼트여야 한다는 생각은 늘 있기에 시대적 배경을 배치하면서 그 안에 서스펜스, 멜로드라마가 성립하는 게 저한테는 커다란 도전이었다. 일본에서 앞으로 어떤 얘기를 듣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도전 의식은 없었다"라고 전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모종의 정치적 메시지를 위해 '스파이의 아내'를 만든 게 아니다. 역사적인 하나의 시대를 잘 마주 대하는 오락영화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과거와 현대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보는 사람들이 판단하고, 영화로부터 반추해달라"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렇게 큰 상을 수상한 게 처음이다 보니 매우 기뻤다. 다만 안타깝게도 직접 간 게 아니라, 트로피를 현장에서 건네받지는 않아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상을 수상함으로써 일본 여러 매체에서 보도해 주고 덕분에 개봉할 수도 있었다. 일본에서 작게 개봉하긴 했지만 사람들이 많이 봐주고 계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스파이의 아내' 공식 포스터·스틸]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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