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에서도 2점대 ERA' 류현진, 토론토 기대에 완벽 부응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누가 류현진이 죽음의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했는가.

류현진이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의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2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버팔로 샬렌필드에서 열린 2020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5승(2패)째를 수확했다.

류현진은 이번 시즌에 앞서 토론토와 4년 8000만달러의 대형계약을 맺으며 에이스 타이틀을 부여받았다. 박찬호를 넘어 한국인 투수의 메이저리그 FA 계약 최고액을 경신했고, 토론토 역사상 투수 FA 최고액을 거머쥐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가장 큰 우려는 내셔널리그 방어율왕 류현진의 아메리칸리그 적응 여부였다. 투수가 타격을 하는 내셔널리그와 달리 지명타자가 있는 아메리칸리그에선 사실상 타자를 1명 더 상대해야 했기 때문. 그 중 동부지구는 ‘지옥의 지구’라고 불릴 정도로 타고투저 성향이 강했다. 지난 시즌을 보면 양키스가 리그 15개 팀 중 OPS 3위(.829), 보스턴이 4위(.806), 탬파베이가 6위(.757)에 올랐다. 양키스는 다저스 시절에도 류현진을 괴롭혔던 팀이었다.

팀 내 입지도 이전과 달라졌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강팀으로 군림해온 다저스와 달리 토론토는 지구의 언더독이었다. 객관적 전력 상 불펜, 수비, 타격 등 모든 부문이 다저스보다 떨어졌다. 다저스에서 2~3선발을 맡으며 비교적 부담 없이 투구한 류현진은 하위팀의 에이스라는 사명감을 갖고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시작은 불안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개막 연기 여파로 데뷔전이었던 7월 25일 탬파베이 원정(4⅔이닝 3실점)과 31일 워싱턴과의 홈경기(4⅓이닝 5실점)서 연달아 부진을 겪었다. 현지 매체로부터 오버페이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투구가 흔들렸다.

그러나 류현진은 빠르게 방어율왕의 면모를 되찾았다. 8월 6일 애틀랜타 원정 5이닝 무실점을 시작으로 9월 3일 마이애미 원정까지 6경기 연속 5이닝 이상-1자책 이하를 해내며 에이스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8일 양키스전 5이닝 3피홈런 5실점으로 상승세가 잠시 끊기기도 했지만 14일 뉴욕 메츠전과 20일 필라델피아 원정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했고, 이날 양키스 포비아까지 극복하며 화려하게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최종 11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로 토론토에서 첫 시즌을 마쳤다. 팀의 4년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고, 3년 연속 평균자책점 3점대 미만과 함께 25일 기준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부분 4위에 오르며 새 리그 적응에도 성공했다.

시작이 좋은 류현진이다. 일단 지금까지는 토론토의 눈이 옳았다.

[류현진. 사진 = AFPBBNEWS]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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