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임현주 "男앵커, 女앵커만큼 획일화된 미적 기준으로 평가 안받아…같은 일 하며 다른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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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임현주 MBC 아나운서가 외모에 집착했던 과거를 고백하며, 안경 및 넥타이 차림으로 뉴스를 진행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러면서 "아름다움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1일 유튜브 채널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는 임현주 아나운서가 '왜 어떤 아름다움은 불편할까요?'란 주제로 진행한 강연이 공개됐다.

2013년 MBC에 입사한 임현주 아나운서는 "처음 뉴스 앵커를 맡았을 때 정말 설렜다. 잘하고 싶었고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생각하지 못한 불안함이 날 괴롭혔다"며 "'오늘 내가 몇 칼로리 먹었지, 화면에 얼굴이 왜 크게 나오지, 다른 아나운서들은 날씬한데 난 뚱뚱하다'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자신은 "타고 나게 마르거나 엄청 날씬한 몸은 아니어도 평균의 몸이라 생각했다"며 "TV에 나오려니까, 앵커가 되고 나니까, 혹독한 다이어트에 시달려아 했다. 화면에 예쁘게 잘 나오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임현주 아나운서는 이 때문에 "언젠가부터 뉴스를 들여다 보는 시간 이상으로, 그보다 훨씬 더 제 보이는 몸에 집착하고 관리에 들어갔다. 단순히 건강을 위한 운동이 아니었다. 화면에 보이는 모습에 집착했다"고 고백했다.

"스커트를 입으면 다리가 나오니까 다리 마사지를 누워서 고통을 참아가며 받았고, 손톱이 나오니까 네일숍에 가서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전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즐겁다기보다 괴로웠다"고 고충을 토로하며 "다이어트를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미친듯이 탄수화물을 먹게 되고 요요의 반복이었다. 너무 괴로웠다.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제 생각에 제 1순위 경쟁력은 결코 외모가 아니었기 때문이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임현주 아나운서는 "왜 그 집착을 그만두지 못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으며 "TV에 나오기 위해서, 앵커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예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임현주 아나운서는 남녀 앵커의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금은 조금씩 변화를 거치고 있지만 예전만 해도 이 공식은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

임현주 아나운서는 "중후한 남자 앵커와 그 옆에 보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 앵커가 있다. 남자 앵커는 어제 입었는지 오늘 갈아 입었는지 알 수 없는 짙은 색 정장을 입고 여성 앵커는 그 옆에서 매일 패션쇼를 하듯이 새롭고 화사한 옷을 갈아 입는다"며 "남자 앵커는 좀 다듬어지지 않는 거친 말투를 써도 개성이라고 생각하고 여성 앵커는 그에 비해서 보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부드러운 화법을 사용한다. 남자 앵커는 주로 정치나 주요 대담을 맡았고 여성 앵커는 소프트한 뉴스를 많이 전달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더니 "남자 앵커에겐 연륜과 무게감을, 여성 앵커에겐 보다 부드러움과 화사함을 기대한다는 게 성급한 일반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이 공식 속에서 저도 당시 젊고 외적으로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제 실력과 경력에 비해서 빠른 앵커 자리를 꿰차게 된 것이다. 실력과 경력 순이었다면 아마 저에게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남자 앵커도 가꾸잖아'란 반문에 대해선 "남자 앵커도 다이어트 하고 메이크업하고 외모를 가꾼다. 하지만 여자 앵커만큼 작은 사이즈에 집착하거나 획일화된 미적 기준으로 평가 받지 않는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남녀에 대한 다른 잣대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아나운서가 다 그런거 아니냐. 너도 예뻤으니까 시험 통과하고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왜 이제 와서 그래'란 지적에도 답했다.

임현주 아나운서는 "시험을 볼 때도 외모 경쟁에 시달리고 외모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때도 결코 그 절차나 관습이 옳다고 생각하진 않았다"며 "하지만 일단은 그 시험을 통과해야 제가 무언가를 해볼 수 있었던 환경이었다. 제가 그 자리에 가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저의 개성대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현장에서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저는 여전히 아름다워야 선택 받을 수 있었고, 기회가 왔고, 무언가를 시작해볼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만약에 아름답지 않다면 그건 도태를 의미했다. 저 말고도 젊고 아름다운 아나운서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저는 얼마든지 대체가 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며 "그래서 깨달았다. '아름다움이 경쟁력'이란 말은 결코 저의 진짜 경쟁력이 아니라 양날의 검이라는 것을"이라고 했다.

임현주 아나운서는 비단 방송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어떤 일을 수행하는데 그렇게까지 예쁠 필요가 있을까요. 그런 평가가 타당할까요"라고 물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허들이 존재한다는 걸 자각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불편하고 힘들긴 해도 다 내가 원해서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나를 위해서, 내 경쟁력을 위해서, 힘들지만 다이어트 하고 외모를 가꾼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며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러한 것들이 내 역할을 규정 짓고 한계를 만들고 멀리 높이 나아가는 데 장애물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꿔야 할 건 더 날씬하지 못하고 더 예쁘지 못한 내가 아니라 사회의 기울어진 잣대와 잘못된 평가"라고 강조한 임현주 아나운서다.

"이런 농담이 있다. '예쁜 여자는 고시 3관왕보다 낫다', 하지만 이런 말을 농담으로 여기면 안된다"며 "예능과 드라마에서 나오는 여성의 고정된 캐릭터와 역할을 우리는 더 적극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그러한 농담과 고정관념들이 여성의 외모, 나이, 경쟁력에 대한 한계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현주 아나운서는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나니까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소망하게 됐다. 언젠가는 사라질 젊음과 외모가 아니라 주위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오랫동안 나로서 나아갈 수 있는 진짜 내 힘과 내 경쟁력을 갖고 싶다고"라고 말했다.

안경과 넥타이 등 앵커 의상에 변화를 주게 된 계기도 이 때문이었다.

임현주 아나운서는 "이런 나의 불편함은 어떻게 바꿔야 할까. 결코 누가 '짠' 하고 바꿔주지 않는다. 변화는 서서히 쌓이는 것이다"며 "그래서 전 어느날부터 뉴스에서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왜냐면 안경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더라. 어느날부터 작은 옷, 나의 몸을 옥죄는 옷 대신에 편한 옷을 입기 시작했다. 편한 사이즈의 옷에 저를 맞춘 것이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까 다이어트에서 해방이 됐다"는 임현주 아나운서는 "라인이 드러나는 옷을 입으면 굶어야 한다. 살이 튀어나올까 신경 쓰인다. 하지만 편한 바지를 입으니까 그런 고민이 없어졌다. 몸과 마음이 해방됐다"며 "무엇보다 저에게 시간이 생겼다. 관리를 받는 시간 대신 저의 주체적인 힘을 쌓는 시간과 에너지가 쌓였다. 진행자로서 진행에 집중하고 퇴근을 하고 나면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글을 썼다. 제 경쟁력을 만들어 갔다"고 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깨달은 게 있다. 미디어 속의 저의 역할에 대해서"라며 "저는 제가 작은 시도를 할 때 그게 기사화되고 화제가 될 거라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변화에 따른 대중의 반응도 언급했다.

임현주 아나운서는 "생각지도 못한 응원을 받고, 불편하다는 시선과 저항을 받으면서 알게 됐다. 이게 바로 미디어의 힘이라는 것을"이라며 "많은 시청자들이 저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했고 많은 분들이 저를 통해 용기를 얻고 뭔가 해볼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고 했다. 저도 많은 용기를 얻었다. 만약 시청자 분들이 싫어하셨다면 저는 계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이 응원해줬기 때문에 계속해서 나아 갈 힘과 용기를 얻었다. 저희는 서로 보이지 않는 상호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앉은 자리와 제 역할에 매일매일 책임감을 느낀다"는 임현주 아나운서는 "내가 바꾸고자 하는 것이 정말 하면 안되는 이유가 있는지 생각해보라. 누군가에게 해가 되거나, 하면 안되는 타당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면 바꿔도 된다는 확신을 가지면 된다. 그게 나를 결국 자유롭게 만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넥타이 차림에 대해선 "영화 '콜레트'를 보다가 그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다"며 "방송에서 넥타이를 매면 안되는 이유가 있나 생각했더니 없더라. 그래서 방송에서 매기 시작했다. 우선 멋스러웠다. 셔츠 몇 벌과 넥타이 몇 개가 있으면 의상을 고르는 고민이 확 줄어든다. 답답하고 억압이 될 수 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본 저에겐 오히려 편안한 의상이었다"고 했다.

임현주 아나운서는 '너 남자처럼 되고 싶니? 그럼 머리도 자르고 화장도 하지마. 왜 선택적으로 꾸미고 그래'란 비판에 대해서도 답했다.

"남자처럼 되고 싶냐고? 아니다. 저는 아름다움을 거부하는 게 아니다. 아름다움을 좋아하고 멋스러움을 좋아한다. 다만 우리가 선택하지 못했던 것들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꾸미고 싶지 않았을 때 억지로 꾸며야 했던 것, 꾸미고 싶지 않다면 꾸미지 않을 자유가 있어야 한다. 획일화된 기준에 갇혀있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아름다움과 모습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다른 이들의 반응 중 '꾸미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어느 날은 꾸미고 싶다. 꾸미면 죄책감이 든다'는 고민에 대해선 "왜 죄책감을 느끼나"라고 반문하며 "어떤 방식으로든 무언가를 거부함으로써 다시 다른 틀에 갇히는 건 본인의 자유를 잃는 것, 다시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다. 원한다면 할 자유,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을 자유를 기억하라"고 했다.

"아름다움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는 임현주 아나운서는 "아름다움은 선택인데, 왜 어떤 아름다움은 불편하다는 시선을 받지. 그건 성적대상화가 되느냐의 문제"라고도 분석했다.

"아름다움과 선택의 초점, 구심점이 나에게 있느냐, 나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상대방에게 있느냐"의 문제라며 "미디어 속 여성은 그동안 나를 바라보는 상대의 구심점에 나를 맞췄다. 그 한계 안에 갇혀 있었다"고 했다.

이어 "흔히 기대하는 역할이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여성들을 항해 반발심도 생긴다. '소수 이야기 아냐? 왜 혼자 예민하게 그래, 왠지 부담스러워' 이런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 말을 듣는 여성들을 다시 움츠러든다. '내가 괜한 짓을 한 걸까' 싶지만 아니다. 그동안 알지 못했고 오랫동안 감내해왔던 불편함을 표현하고 바꿀 수 있는 계기와 용기가 생긴 것이다"고 힘을 불어넣었다.

임현주 아나운서는 스스로 변화하기 시작하며 자신의 불안함이 "97% 정도 해소됐다"고 웃으며 "이제는 나이 드는 게 전혀 두렵지 않다. 한 해 한 해 만들어갈 일들이 기대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도 무엇이든지 시작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영상-MBC 제공-임현주 아나운서 인스타그램]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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