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은 없다' 박세완…우리를 울린, 투명하고 소중한 배우 [이승록의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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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배우 박세완은 MBC 드라마 '두 번은 없다'로, 그동안 거쳐온 작품들에서 어떤 연기력을 얼마나 흡수해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는지, 하나하나 정성 들여 세심하게 증명해냈다.

박세완이 증명해냈다.

'두 번은 없다'는 박세완에게 용기 있는 위대한 도전이었다. 단순히 첫 주말극 주연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단지 첫 엄마 역할이어서도, 첫 충청도 사투리 연기여서도 아니었다. '72부작 드라마'는 한 인간의 인생 한 페이지를 담는 것을 넘어, 한 인간의 거대한 운명의 그 시작부터 끝까지 온전히 다 연기해내야 하는 고독한 여정인 까닭이다.

박세완은 '박하'가 되어 그녀가 어떤 인생을 살아냈는지, 그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하나하나 정성 들여 세심하게 증명해냈다.

사랑하는 남편을 허무하게 잃어 오열했고, 아기를 업고 혈혈단신 상경해, 남편의 죽음 뒤 숨겨진 비밀을 캐낸다며 좌절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이 악물고 거대 재벌과 맞서 싸웠다.

그 와중에 해준(곽동연)과 낙원여인숙 식구들과 인연 맺으며, 한 치 앞 모르는 인생에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존귀한지 깨달아 안도하고 기뻐했으며, 작게는 낙원여인숙, 크게는 박하의 삶도 결국 사랑이 있어 지속될 수 있음을 알아차리고 그 소중함에 눈물 쏟기도 했다.

모든 연기가 순수했고 투명했다.

우리가 흔히 상투적으로 '도화지 같은 배우'란 표현을 쓰나, 박세완은 도화지보다 투명하게 자신에게 들어온 박하란 캐릭터의 형형색색 인생을 과장되게 꾸미지도, 어설프게 흉내내지도 않은 채, 오직 박하의 삶이 시청자들에게 진심으로 전달되는 데에만 공 들였다. 주말극 첫 주연임에도 박세완이란 이름을 드높이겠다는 욕심 따위는 없었다. '두 번은 없다'에 박세완은 없고 오직 박하만 남긴 것이다.

이러한 연기는 박세완이 지금껏 어떤 작품이든 분량이 얼마나 되든, 허투루 연기하지 않았던 꾸준한 고집 덕분이다.

데뷔작인 KBS 2TV '드라마 스페셜-빨간 선생님'에서도, tvN '도깨비'의 고시원 귀신이 되어서도, MBC '자체발광 오피스'의 비서 이꽃비였을 때에도, 비록 화면에 잠시 스쳐갈 캐릭터일지라도, 박세완은 카메라가 미처 주목하지 않는 캐릭터의 숨겨진 인생까지 오롯이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연구하며 노력해왔다.

"제 연기는 늘 아쉬워요"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박세완이다. 내성적인 성격의 배우인데, 어쩌다 연예인의 길에 들어서게 됐는지 묻자 "연예인이 되겠다는 마음보다 연기가 하고 싶었어요"라며 "제가 자존감도 낮고,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낮았어요. 대학생 때는 남자 같은 역할, 웃긴 역할만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란 말을 한 적 있다.

인기보다 연기를 좇는 배우.

KBS 2TV '학교 2017', MBC '로봇이 아니야', KBS 2TV '같이 살래요', '땐뽀걸즈', TV조선 '조선생존기' 그리고 '두 번은 없다'까지, 또 한번 박세완이 순수와 열정으로 만들어낸 하나의 인생이 마무리되었다.

어떤 캐릭터가 주어지든 자신의 연기가 두 번 다시 없을, 단 한 번뿐인 소중한 순간임을 아는 배우 박세완이 자존감을 한 단계 힘껏 높이고 우리 앞에 얼른 새로운 인생을 데리고 오길, 벌써부터 두근거리며 기다려진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화이브라더스, 팬엔터테인먼트]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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