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맨' 망가질 때 제일 웃긴 권상우…바로 이 맛이지 [MD리뷰]

  • 0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모두가 공포에 떠는 살인병기인데 어딘가 하찮고 허접하다. 잘난 맛에 취해 무게를 잡는다든지, 으스대지 않아 귀엽기까지 하다. 그 와중에 휘두르는 몸짓과 전투능력은 가히 전설이라 불릴만해 짜릿하다. 영화 '히트맨'(감독 최원섭)은 주인공의 이러한 입체적인 면모를 성공적으로 포착,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코믹 액션의 최강자인 권상우까지 나서 힘을 실으니 설 연휴 극장가의 신 다크호스다.

어린 준은 부모님을 사고로 잃었지만 만화를 그릴 때만큼은 행복했다. 만화가라는 꿈을 키워가고 있는데, 국정원 악마교관 덕규(정준호)를 만나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덕규의 제안으로 국정원 비밀 프로젝트인 방패연 암살요원으로 길러진 것. 태권도 국가대표 은메달리스트인 아버지의 용맹함을 닮아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에이스로 거듭나지만, 인생의 주도권을 잃은 준(권상우)은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죽음으로 위장해 국정원을 탈출했다. 15년이 지나 그렇게 꿈에 그리던 웹툰 작가가 됐는데, 현실은 연재하는 작품마다 악성 댓글 가득이다. 아내 미나(황우슬혜)와 딸 가영(이지원)에게 헌신하지만 월수입 50만원도 채 되지 않는 준은 골칫덩이였다. 같은 웹툰작가이지만 처지는 다른, 기안84와 김풍은 미디어에 나와 재력을 자랑하니 속이 뒤집어진다. 가영에게 전자 키보드도 하나 사주지 못해 나날이 자괴감에 빠져가던 준은 술김에 1급 기밀인 방패연을 웹툰으로 그리고 만다. 덕분에 그토록 원하던 '초대박' 웹툰 작가가 됐지만, 동시에 국정원과 테러리스트의 더블 타깃이 되며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한다.

'히트맨'은 110분의 러닝타임동안 지루할 틈 없이 내달린다. 엄숙한 오프닝을 지나면 폭소가 만발하고 쾌감에 사로잡힌다.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당한 아내, 국정원에게 납치당한 딸, 테러리스트로부터 협박당하는 웹툰 편집장 등 전개상 분명히 진지해야 할 장면들인데, '히트맨'은 이런 예상마저 피해가며 코믹함으로 승화시킨다.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에도 살짝 고삐를 풀어 유머를 발산한다.

또 희대의 암살요원 준, 악마교관 덕규, 차세대 에이스 철(이이경). 캐릭터들의 수식어는 살벌하고 근엄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그냥 주변 남자 3인방이다. 보통의 액션오락영화 주인공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카리스마서 삐져나오는 허술함이 아니다. 그래서 소소하게 웃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히트맨'은 지질한 주인공을 전면으로 내세웠고 카리스마를 가뭄에 콩 나듯 심어놨다. 코미디 장르에 충실히 집중해 본격적으로, 제대로 웃기겠다는 심산이다.

연속되는 코미디에도 지겹지 않은 건, 박진감 넘치는 액션 시퀀스가 적재적소에 배치된 덕이다. 틈 많은 주인공 준이 유일하게 빈틈없는 순간은 속도감 있는 전투를 벌일 때다. 맨몸액션부터 총, 칼, 공중액션 등 다양하게 구성돼 촘촘하다. 코믹과 액션으로도 충분하지만 '히트맨'의 차별점은 만화에 있다. 준이 방패연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 진부함을 없앴고, 극중 준이 그리는 웹툰 '암살요원 준'은 영화 속 인물들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자칫 조잡스러워질 수도 있는 구성이지만 적절한 완급조절이 신의 한 수가 됐다.

무엇보다 '히트맨'의 최고 강점은 코믹 연기 대가들의 총출동이다. 코믹과 액션, 제일 잘 하는 두 가지로 돌아온 권상우는 '권상우표 코미디'가 무엇인지, 명확히 확인시켰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부터 '탐정' 시리즈 등으로 저력을 과시했던 그는 눈물, 콧물을 다 빼며 기꺼이 망가졌고 장기인 액션까지 더해 그야말로 날아다녔다. 물 오른 생활밀착형 연기는 물론, 실제로 자녀를 두고 있는 아빠이기도 한 만큼 부성애 연기도 돋보였다.

정준호 또한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등 한국 대표 코미디 영화에서 발산했던 존재감 그대로 부활했다.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고백부부' 등으로 코믹 신흥 강자에 등극한 이이경은 우직한 줄만 알았더니, 후반부엔 능청스러움을 폭발시켜 폭소를 더했다. 황우슬혜와 이지원, 이준혁도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유려하게 소화했다. 특히 냉혈보스이지만 정작 혼자서만 무게를 잡고 있는 형도 역의 허성태는 입만 열면 웃음을 선사해 진정한 신스틸러로 등극했다.

"코미디 영화를 사랑한다"던 최원섭 감독이 공을 들인 흔적이 가득한 영화다.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히트맨'이 설 연휴 극장가를 집어삼킬 복병이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엔딩은 혹시 모를 시즌2를 염두에 둔 듯하다. 오는 22일 개봉.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