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기생충’, 맹렬한 기세로 휘몰아치는 ‘봉준호 월드’의 최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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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가족 구성원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의 장남 기우(최우식)에게 어느날 명문대생 친구가 찾아와 고액과외 일자리를 주선한다. 동생 기정(박소담)의 포토샵 실력으로 신분 위장에 성공한 기우는 글로벌 IT기업 박사장(이선균) 집에서 젊고 아름다운 사모님 연교(조여정)를 만나고, 고등학교 2학년 큰 딸 다혜(정지소)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서로 만날 일이 없었던 백수 가족과 부자집 가족이 만난 뒤로 조금씩 균열의 조짐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기우는 다혜에게 공부를 가르치던 중 ‘정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대사는 ‘기생충’의 연출 스타일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옥자’ 등에서 알 수 있듯,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분노와 무력한 개인에 대한 탄식을 절묘하게 결합시켰던 봉준호 감독은 계급갈등의 주제의식인 ‘인간에 대한 예의’를 풍자적인 서스펜스 드라마에 담아 시종 맹렬한 기세로 휘몰아친다.

‘설국열차’가 수평으로 펼쳐냈던 계급사회였다면, ‘기생충’은 언덕 위의 부자집과 언덕 밑의 반지하를 수직으로 교차시켜 건널 수 없는 단절의 메타포를 극대화한다. 계단을 주요 모티브로 활용해 위에서 밑으로 떨어지는 추락의 이미지를 강화한 점도 돋보인다. 그의 영화에서 어둡고 좁은 공간은 따뜻하고 안락했던 반면, 밝고 넓은 공간은 무섭고 공포스럽게 묘사됐다. ‘기생충’은 기존의 공간 감각을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수직적 구도 살리기 위해 1.85:1 화면비를 주로 사용했던 그는 ‘마더’에 이어 ‘기생충’에서도 길쭉한 2.35:1 화면비를 채택했다. ‘마더’에서 모성의 어두운 심연을 파고들었던 그는 이번엔 계급 격차에 힘겨워하는 인물들의 불안을 넓은 화면에 담아낸다.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던져진 인물들이 우스꽝스러운 ‘다큐멘터리적 슬랩스틱’과 입에 착착 감기는 코믹한 대사를 소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비극 속에 희극을 녹여내는 솜씨가 정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밝고 가벼웠던 ‘플란다스의 개’를 제외하면, 그는 ‘살인의 추억’을 시작으로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에 이어 ‘기생충’까지 전반적으로 무겁고 어두워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도저한 비관주의는 ‘마더’를 빼면 끝내 희망의 싹을 틔운다. ‘기생충’의 결말은 절망일까, 희망일까. 누군가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몸서리를 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한줄기 햇빛을 기대할 것이다.

이 사회는 기택네 가족의 희비극에 어떻게 응답할까.

[사진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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