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 "'우상'이 곧 나의 우상…죽을만큼 고민하며 연기" [MD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천우희가 영화 '우상'에서 미스터리 캐릭터를 완벽 소화, 또 한번 관객들을 놀라게 할 전망이다.

천우희는 오는 20일 신작 '우상'으로 관객들과 만남을 앞두고 있다.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도의원 구명회(한석규)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유중식(설경구),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이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물이다.

'우상'에서 천우희는 최련화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구명회와 유중식 두 남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뺑소니 사고 이후 비밀을 거머쥔 채 사라진 미스터리한 캐릭터다. 그동안 '써니' '한공주' '곡성' 등 다수의 작품에서 오직 천우희만이 소화할 수 있는 역대급 연기를 보여줬던 그가 '우상'으로 대체불가 배우의 진면목을 다시 한번 발휘했다.

극 중 천우희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극단적인 선택도 서슴지 않으며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끝없는 연습으로 리얼한 연변 사투리와 중국어를 구사했고, 캐릭터를 위해 눈썹까지 전부 미는 등 파격적인 외모 변신도 마다하지 않아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최련화 역할에 대해 천우희는 "단순히 무서운 인물로만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련화가 왜 이렇게까지 행동하나 고민했을 때 연민이 느껴지고, 불쌍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극 중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련화의 무시무시한 면모가 드러나지만, 어떻게 하면 관객분들에게 짠함이 전해질까 고민했다. 그래서 애써 연기적인 색을 입히려 하지 않았다"라고 치열한 고심의 흔적을 엿보게 했다.

특히 '우상'은 천우희에게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겨준 '한공주' 이수진 감독과 두 번째 협업이기에 의미가 더욱 남다를 수밖에. 이에 천우희는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 감독님이 두 번째로 작품을 준 것이기에 '한공주'만큼이나 의무감도 있었고 보답하고 싶은 감사함도 있었다. 또 워낙 출중한 한석규, 설경구 두 선배님이 함께하시지 않나. 이에 못지않게 해내고 싶다는 열의가 강했다"라고 밝혔다.

혼이 쏜 빠질 정도로 역할에 몰입한 탓에 만만치 않은 후유증에 시달린 천우희. 그는 "련화를 연기하면서 제가 생각한 것만큼 따라주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 싶어 당황스러웠다. 작품이 어려웠다기보다 스스로에게 아쉬웠던 부분이 컸다"라며 "한계를 맛 보고 자신감이 바닥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우상'은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천우희는 "강렬하고 미스터리한 역할을 많이 해왔지만 작업을 하고 나서 후유증이 있던 적은 별로 없었다. 자기 감상에 빠지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 항상 조심하려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도 모르게 련화에게 동화가 많이 됐다. 뭐랄까, 련화라는 캐릭터 자체가 저를 잡아먹는 듯한 느낌이었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래도 눈썹을 밀어서 집 밖에 못 나가니까,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더 힘들었던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TV에 예쁘게 나오는 배우들을 보면서 나는 지금 눈썹도 없이 이게 뭐하는 걸까, 난 왜 이렇게 괴로운 길을 걷는 걸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천우희는 "'우상'을 찍는 6개월 동안은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는 기분이었고 당시엔 정말 죽을 만큼 괴로웠지만 그래서 더욱 소중한 작품"이라며 "제가 스킬 적으로 부족할지언정, 마음만은 열심히 했다.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열심히 하는 것 그거 하나는 자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상'이 나한테 곧 우상이었더라"라며 "결국엔 허상이지만 맹목적으로 연기에, 영화에 목숨을 걸면서 어떻게든 원하는 완벽한 연기를 하고자 했다. 내겐 여러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배우라는 일에 또 감사하게 된 그런 영화였다"라고 전했다.

이어 천우희는 "사실 난 천재가 아니니까, 부족하고 평범한 사람이니까 작품마다 단 1mm라도 성장해야 한다는 그런 강박 아닌 강박이 있었다. 작은 역할부터 한 계단씩 올라온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고 계속 노력을 하고 있기에 성장을 맛보길 바랐다. 하지만 일이라는 게 내 뜻대로 그렇지 않더라. 그냥 정성을 다해 꾸준히 내 길을 묵묵히 가는 게 맞는 것이란 걸, '우상'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됐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우상'에 대해 "불친절합니다"라며 "그러나 모든 영화가 다 친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작품마다 색깔이 다른 것이니까, 보시기 전에 겁 먹지 말고 관람한 뒤에 평가해주셨으면 좋겠다. 서스펜스 드라마를 감각적으로 표현했기에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진 = CGV아트하우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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