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실점, 슬프지만 언제나 똑같은 수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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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수원 안경남 기자] 수원 삼성의 아시아 도전이 막을 내리자 서정원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수비 불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또 한 번 한 숨을 내뱉었다. 슬프지만 언제나 똑같은 수원의 이야기다.

수원은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4강 2차전 가시마와의 홈 경기에서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지난 1차전에서 2-3 역전패를 당했던 수원은 합계 스코어 5-6으로 가시마에 져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안방에서 초반부터 경기를 주도하던 수원은 전반 25분 세트피스에서 먼저 실점했다. 골을 넣어야 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골을 허용하면서 수원의 결승은 멀어지는 듯 했다.

반전은 후반에 일어났다. 서정원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수비형 미드필더 최성근을 빼고 공격수 박기동을 투입해 ‘투톱 전술’로 변화를 줬다. 어차피 0-1로 지나, 0-2로 지나 탈락하는 상황에서 서정원 감독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변화는 적중했다. 공격 숫자를 늘리자 가시마 수비가 흔들렸다. 수원이 세컨볼을 따내는 빈도가 높아지고 측면이 살아나면서 상대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횟수도 늘어났다. 그리고 후반 7분 임상협의 동점골이 터졌다.

이후 분위기는 수원쪽으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1분 뒤 염기훈의 코너킥을 조성진이 헤딩으로 연결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이대로 끝나도 수원이 결승에 오르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수원은 내친김에 한 골을 더 추가했다. 추가골이 나온 지 7분 뒤 데얀이 권순태 골키퍼를 뚫고 득점에 성공했다. 예상치 못한 추가 득점에 수원 홈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수원의 마법 같은 후반전은 불과 4분 만에 현실로 돌아왔다. 박기동을 투입하며 공격은 강해졌지만, 최성근이 나가면서 얇아진 수비는 가시마 공격에 완전히 노출됐다. 그리고 후반 19분 다이고의 추격골이 나왔고, 후반 37분에는 세르징요의 동점골이 터지며 3-3이 됐다.

수원은 1차전 가시마 원정에서도 먼저 2골을 넣었지만, 권순태 골키퍼와 임상협의 ‘박치기 사건’ 이후 분위기를 내주며 2-3 역전패를 당했다. 이기는 상황에서 지키지 못하고 무너지는 수원의 고질병은 2차전 홈에서도 계속됐다.

이번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문제는 아니다. 수원은 꽤 오랜 기간 이와 비슷한 패턴의 경기를 반복했다. 앞서가다가 실점하며 승점을 놓치거나, 비길 수 있는 경기도 패했다. 당연히 선제골을 넣어도 선수들의 표정에는 여유보다 불안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가시마전도 그랬다. 선제골을 내주고 3골을 몰아치며 역전에 성공한 팀이 다시 2골을 허용하며 동점이 될 확률은 높지 않다. 유럽 축구에서도 흔치 않는 일이다. 서정원 감독도 경기 후 “3-1으로 리드한 순간이 아쉽다”고 말했다. 수원에겐 슬프지만 언제나 똑같은 이야기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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