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재계약 부탁해야죠" 달라진 kt 로하스의 위상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이제는 연봉 올려서 재계약을 부탁해야죠.”

kt 위즈 김진욱 감독이 외국인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를 두고 한 말이다. 로하스는 지난 6월 조니 모넬의 대체 외인으로 kt 유니폼을 입고 불과 3개월 만에 ‘효자 외인’으로 거듭났다. 시즌 성적은 75경기 타율 .299(301타수 90안타) 17홈런 51타점 OPS .927.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이른바 ‘저비용 고효율’이라 이러한 활약이 더욱 반갑다.

로하스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다. 미국 인디애나 출신으로 마이너리그에서만 8시즌을 뛰었다. 통산 성적 타율 .257 46홈런으로 영입 당시 큰 기대를 갖게 하진 않았다. 임종택 kt 단장도 당시 “밸런스 및 선구안이 좋은 중장거리 타자로, 전술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라고 장타보다는 출루, 주루, 수비 등에 좀 더 특화된 외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로하스는 특유의 ‘오픈 마인드’를 바탕으로 kt 코치진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며 발전을 거듭했다. 김 감독은 “외인답지 않게 조언을 듣고 흡수할 줄 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그 결과 ‘호타준족’까지는 아니지만 그에 근접한 타자가 됐다. 수치로 봐도 장타율은 전반기 .422에서 후반기 .640으로 급증했고, 17홈런 중 무려 14개를 후반기에 몰아쳤다. 아울러, 빠른 발을 활용한 안정적인 수비 및 주루플레이는 기대했던 그대로다.

김 감독은 로하스의 활약을 “갈수록 매력있다”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영입 당시 봤던 영상과 타격 매커니즘 자체가 달라졌다. 히팅 포인트를 앞쪽에 두며 이젠 앞에서만 맞으면 얼마든지 장타가 나올 것 같다. 타구의 질, 속도 역시 급상승했다”라는 게 구체적인 설명.

이와 함께 로하스의 선천적인 야구 센스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8일 롯데전이 그랬다. 당시 로하스는 포크볼 투수 조정훈을 처음 만나 극적인 동점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외국인타자가 불과 2개월 만에 국내 모든 투수들의 성향을 파악할 순 없다. 특히 불펜투수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코치진은 매 타석마다 상대 투수의 정보를 주입하고, 공략법을 설명한다.

당시 kt 코치진은 조정훈과의 승부를 앞두고 단순히 포크볼이 주무기라는 정보만 언급했다. 그러나 로하스는 그 포크볼을 노려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김 감독은 “그냥 포크볼을 잘 던진다고만 말했는데 그 포크볼을 노려 홈런을 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라고 웃었다.

로하스는 전날 잠실 LG전에서도 6타수 3안타(1홈런) 4타점 3득점 맹타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단타만 추가했다면 사이클링히트였다. 아직 27살의 어린 나이라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고, kt 관계자에 따르면 인성 및 친화력까지 갖추고 있는 로하스다. 김 감독도 “물론 미국 현지 리스트를 꾸준히 체크하고 있지만, 이런 선수도 마땅히 없다”라고 그와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로하스의 재계약 신호에 ‘파란불’이 켜졌다.

[멜 로하스 주니어.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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