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아마 통합 농구대잔치, 올해 개최 무산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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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BL, WKBL, 아마추어 통합 농구대잔치의 2017년 개최가 무산됐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올해 KBL, WKBL과 함께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합하는 농구대잔치 출범을 추진했다. 남자는 KBL 10개 구단과 상무, 대학농구연맹 1부 대학, 여자는 WKBL 6개 구단과 대학농구연맹 1부 대학, 실업을 1~2부로 나눠 치르려고 했다.

그러나 올해 개최는 완전히 무산됐다. KBL이 10월 14일, WKBL이 10월 28일에 각각 2017-2018시즌에 들어간다. 사실상 2017-2018시즌이 끝나는 내년 봄까지는 개최가 불가능하다. 결국 농구협회는 올해도 12월에 상무와 대학을 중심으로 예전처럼 아마추어만 참가하는 농구대잔치를 개최한다. 농구협회 문성은 사무국장은 "올해 개최는 힘들다. 내년에 개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농구협회가 KBL, WKBL 16개 구단을 포함한 농구대잔치 출범에 의욕적인 이유가 있다. FIBA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FIBA는 기본적으로 1개국가당 1개의 협회만을 인정한다. 그러나 한국은 농구협회 외에도 KBL, WKBL에 최근 출범한 3대3 농구협회까지 존재한다.

2014년 11월 일본이 FIBA로부터 국제대회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2015년 여름 해제) 물론 당시 FIBA는 일본이 프로리그(남자 JBL, BJ리그)를 두 개 운영하는 걸 문제로 지적했다. (이후 일본 남자프로농구는 통합 B리그를 출범했다) 반면 한국은 프로리그가 남녀 각각 1개다.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러나 농구관계자들에 따르면 FIBA는 수년 전부터 한국에 농구협회와 KBL, WKBL 통합을 권고했다. 한국이 일본 케이스처럼 징계를 받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한국농구 발전의 마스터플랜을 효과적으로 짜려면 장기적으로 농구협회 중심으로 KBL과 WKBL이 통합하는 게 맞다.

이런 측면에서, FIBA가 각국에 농구협회를 주축으로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하는 대회를 개최하기를 희망한다는 게 농구협회 방열 회장 지적이다. 다시 말해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는 FA컵과 같은 의미의 프로-아마 통합대회를 출범해야 한다는 의미. 문성은 사무국장은 "물론 FIBA가 권고한 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FIBA가 한국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프로아마최강전이 2012년부터 네 차례 개최됐다.(올해는 남자농구대표팀 아시아컵 일정으로 무산) 그러나 농구협회가 아닌 KBL이 주최하는 대회다. 자연스럽게 여자부는 배제됐고, 남자부만 열렸다. 진정한 의미의 남녀 프로, 아마 통합대회는 아니었다.

앞으로 남자대표팀의 FIBA 월드컵 예선 홈&어웨이 스케줄이 지속되면 프로아마최강전이 정기적으로 열릴 가능성은 낮다. 농구협회가 KBL, WKBL, 아마추어와 함께 하는 통합 농구대잔치를 출범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KBL, WKBL도 FIBA와 농구협회 움직임을 일찌감치 인지했다. 때문에 통합 농구대잔치를 출범하려는 농구협회에 적극 협조했다. 문성은 국장은 "KBL은 워낙 시즌일정이 길어서 조율을 위해 직접 공문까지 보냈다. WKBL은 공문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협조적인 반응을 보였다"라고 했다.

그러나 농구협회, KBL, WKBL은 끝내 일정 및 입장을 조율하지 못했다.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너무 많았다. 일단 KBL과 WKBL의 일정이 결코 짧지 않다. 남녀프로농구 시즌을 피하면 결국 농구대잔치를 5~9월에 개최해야 한다.

그런데 5~9월에는 대학농구리그 및 각급 국가대표팀 일정이 동시에 진행된다. 도저히 농구대잔치 개최 시점을 잡을 수가 없었다는 게 문 국장 설명. 더구나 김영란법 시행, 국정농단사태 이후 대학 선수들의 학사관리가 더욱 엄격해졌다. 학기 중에 대학리그 및 각종 아마추어 대회 참가만으로도 벅차다는 게 대학들의 입장이다.

농구협회, KBL, WKBL은 최종적으로 9월 개최를 놓고 입장을 조율했다. 그러나 KBL, WKBL 구단들에 9월은 해외 전지훈련의 시기다. 각 팀 주축 멤버들의 경우 국가대표팀 일정 소화로 비 시즌 팀 훈련 참가가 쉽지 않았다. 때문에 남녀 16개 구단이 농구대잔치 개최를 이유로 해외전지훈련을 포기할 수 없었다. 대학, 프로 입장 모두 이해가 된다. 결국 올해 프로, 아마 통합 농구대잔치 개최가 물 건너갔다.

현실적으로 내년 개최도 쉽지 않다. 남자는 1년 내내 2019 FIBA 중국 남자월드컵 아시아 홈&어웨이 예선을 치러야 한다. 7월에 1라운드가 끝나면 숨 돌릴 틈 없이 9월부터 2라운드를 시작한다. 여자도 9월 22일부터 30일까지 2018 FIBA 스페인 여자월드컵에 참가해야 한다. 그리고 남녀 모두 8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참가해야 한다.

한국농구의 화합과 발전, 대중 인지도 회복을 위해 통합 농구대잔치 출범은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농구협회 방열 회장, KBL 김영기 총재, WKBL 신선우 총재 등 농구계 수장들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오로지 한국농구 발전을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뭉칠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수장들이 농구계가 처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도 회의적이다.

갈등, 반목, 이기주의로 점철된 과거 행보를 보면 그렇게 느껴진다. 지금도 세 단체는 한국농구발전을 위한 통합 로드맵을 전혀 만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진통을 겪는 프로, 아마 통합 농구대잔치 출범에 한국농구의 안타까운 현실이 엿보인다.

[2016년, 2015년 프로아마최강전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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