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철호, 윌드컵 티켓 획득에 만족할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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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월드컵 티켓 획득에 만족할 때가 아니다.

서동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이 2017 FIBA 여자 아시아컵을 4위로 마쳤다. 4위까지 주어지는 2018년 FIBA 스페인 여자월드컵 티켓을 따냈다. 그러나 만족할 때가 아니다. 안도감보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한 농구관계자는 "한국 여자농구의 터닝포인트는 2011~2012년이었다. 그 전까지 일본, 중국과 격차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에 근소하게 앞섰다. 그러나 그때부터 격차가 벌어졌다"라고 회상했다. 한국이 세대교체 실패로 허약한 인프라의 민낯을 드러내자 일본과 중국 여자농구는 탄탄한 시스템을 발판 삼아 한국과의 격차를 쭉쭉 벌렸다.

한국은 2012년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참패(51-79)를 시작으로 아시아선수권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서 일본 1진을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중국과도 2013~2014년 세대교체 시기에 잠시 대등한 승부를 했을 뿐이다. 2015년 우한 아시아선수권대회서도 예선과 준결승서 연이어 졌다. 이번 아시아컵서도 일본과 중국에 각각 완패했다.

한국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서 우승했다. 당시 일본과 중국은 2진이었다. 1진은 같은 기간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섰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우승을 위해 세계선수권대회에 2진을 보냈다. 금메달은 의미 있었다. 하지만, 한국 여자농구는 금메달에 취해 또 안주했다.

일본 여자농구의 성장을 눈 여겨봐야 한다. 한국은 1990~2000년대에 일본에 근소한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일본은 2013년 방콕, 2015년 우한 아시아선수권을 연이어 제패했다. 도카시키 라무라는 WNBA리거도 배출했다.

일본은 최근 한국을 거의 2~30점차로 누른다. 중국에도 좀처럼 패배하지 않는다. 이번 아시아컵 준결승서도 이겼다. 결승서 호주마저 1점차로 누르고 초대 아시아컵 우승을 차지, 아시아 여자농구 1인자를 지켰다. 심지어 도카시키는 대회에 출전하지도 않았다. 간판가드 요시다 아사미도 부상으로 대회를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했다. 결승전도 결장했다.

일본은 약 10~15년 전부터 2020년 도쿄올림픽을 겨냥, 대대적으로 농구에 투자했다. 16세 이하 해외 유소녀들에게 집중투자(FIBA 대회 무제한 출전 가능), 저변을 넓혔다. 이번 아시아컵에도 가나 출신의 마울리 스테파니가 출전했다. 기본적인 인프라는 한국 여중, 여고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끝이 아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 여자농구는 인프라도 상대가 되지 않지만, 유소녀 시절부터 기본기부터 착실하게 가르친다. 밑바탕부터 다르다"라고 했다. 한국은 이탈리아 우디네에서 진행 중인 FIBA 19세 이하 여자농구월드컵 16강서 일본에 무려 47-86, 39점차로 대패했다. C조 예선 3패(캐나다, 라트비아, 프랑스)에 16강, 순위결정 2경기(이탈리아, 푸에트로리코)까지 연이어 졌다. 결국 단 1승도 챙기지 못하고 15-16위전으로 밀렸다. 반면 일본은 D조 예선서 호주, 헝가리, 멕시코를 연파했다. 8강서 스페인마저 완파하고 세계 4강에 올랐다. 준결승서 세계최강 미국에 단 7점차로 졌다. 한국과 일본 여자농구 청소년 레벨의 격차는 성인대표팀보다 더욱 크게 벌어졌다.

일본 여자농구는 전 연령대에서 기본기술, 스피드, 체력에서 한국 여자농구를 압도한다. 체격을 떠나 모든 선수가 기본적인 기술을 실전서 정확하게 구현한다. 한 WKBL 구단 감독은 "한국이 일본에 스피드, 기술, 체력 등 어느 것도 앞서지 못한다.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중국 랴오닝성을 이끌고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김태일 감독은 "중국 여자농구는 이미 한국을 신경 쓰지도 않는다"라고 했다. 일본 여자농구는 내년 스페인월드컵서 경험을 쌓아 도쿄올림픽 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중국과 일본 여자농구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바라본다.

한국은 10년은 고사하고 단 1년 단위의 대표팀 운영계획도 없다. 이번 아시아컵 대표팀을 맡은 서동철 감독도 2개월 초단기 계약이었다. (내년 스페인월드컵 사령탑은 누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평소 전술전략, 경기운영서 호평 받는 서 감독도 시간적인 한계가 명확했다.

수년째 연속성, 지속성을 갖고 대표팀을 운영한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현저하게 조직력이 떨어졌다. 박지수를 보유했지만,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했다. 일본, 호주, 중국과의 1대1 매치업을 통해 기술 격차만 확인했다.

물론 한국도 부상자가 많았다. 가용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뉴질랜드와의 8강을 시작으로 준결승, 3-4위전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들의 투혼을 절대로 폄하해선 안 된다. 하지만, 그 자체에 구조적 결함이 숨어있다. 그만큼 한국 여자농구 톱클래스의 저변이 약하다는 뜻이다. 부상으로 단 1경기도 뛰지 못한 박혜진과 강아정의 대체자가 마땅치 않았다. 냉정하게 보자. 서동철호는 몇 수 아래 필리핀과 예상보다 약한 뉴질랜드에 이겼을 뿐이다. 고생했지만, 이걸 엄청난 성과라고 볼 수는 없다.

농구협회는 예산 부족에 허덕인다. 대표팀 운영 장기계획은 꿈도 못 꾼다. 그렇다면 농구관계자들이 힘을 모아 스폰서를 유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농구협회나 프로 단체들은 자꾸 대기업만 상대하려고 한다. 대기업이 인기 없는 농구에 투자하려고 하겠나. 중소기업,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스폰서 2~3곳과 손을 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여자농구가 단순히 넓은 인프라만으로 아시아 정상으로 올라선 게 아니다. 대표팀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과 투자가 뒷받침됐다. 넉넉한 스폰서 유치가 필수다.

선수들도 좀 더 강인한 마인드를 지녀야 한다. 몇몇 지도자들은 "아시아컵을 보니 매치업 상대와 제대로 붙어보지도 않고 겁먹고 밀려나는 선수들도 있었다. 이런 마인드는 곤란하다"라고 했다. 예전에 일본 여자농구가 한국을 상대로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라는 게 국내 지도자들의 설명.

심지어 최근 한국과 일본 여자농구팀의 연습경기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우리도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인데 알고 보니 일본은 우리보다 더 많이 하더라. 다만, 일본은 개개인이 알아서 미리 준비한다. 우리는 여전히 그런 선수가 많지 않다. 일본은 효율적으로 팀 운동을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여전히 일부 국내선수들의 프로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개개인이 위기의식을 갖고 기술향상을 위해 좀 더 구체적으로, 꾸준하게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면 스킬트레이닝 열풍 속에서 배운 기술들을 잊지 않고 심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WKBL 지도자들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선수들의 기술이 예전보다 떨어지고, 기량발전을 향한 적극성이 부족하다고 아쉬워 한다. 하지만, 선수들의 마인드를 다잡고, 옳은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 또한 지도자들의 몫이다. 한국 여자농구의 후퇴를 걱정만 할뿐, 누구도 혁신적인 모델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올해부터 FIBA 아시아 대회에 호주, 뉴질랜드가 편입됐다. 이제 아시아 여자농구는 일본, 호주, 중국의 3강 체제로 거듭났다. 한국은 대만, 뉴질랜드와 함께 3중으로 밀려났다. 월드컵 티켓 획득에 만족할 때가 아니다. 자존심이 상해야 정상이다.

한국농구, 특히 여자농구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한 구체적, 체계적이고 실천 가능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과 중국 여자농구는 세계로 달려나가는데 뒷걸음치는 한국 여자농구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서동철호. 사진 =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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