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충연아’ 빛바랜 캡틴 김상수의 호수비

[마이데일리 = 고척돔 장은상 기자] 막내의 첫 승을 위해 주장은 주저 없이 몸을 던졌다.

삼성 라이온즈 김상수는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 7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올 시즌 내내 안고 있는 고질적인 왼 발목 통증으로 인해 최근 이틀 동안 결장했던 김상수는 이날 모처럼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몸이 완전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팀 주장으로서 남다른 책임감을 보이며 강력한 출전 의지를 보였다. 그에겐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날 삼성의 선발은 만 20세의 어린투수 최충연. 데뷔 2년 차인 그는 이날 경기 전까지 8경기(2년간)에 나섰지만 매 번 첫 승에 실패했다. 데뷔 첫 승을 위해 9번째 도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주장 김상수는 1군 막내인 최충연의 1승을 돕기 위해 전력을 다 했다. 빈 틈 없는 수비로 내야를 지키며 든든하게 후방을 지원했다.

최충연도 이에 보답하려는 듯 호투를 이어갔다. 매 이닝 주자를 출루시켜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실점을 최소화하며 꾸역꾸역 이닝을 소화했다. 그러나 한 차례 대위기가 선발승 요건을 눈앞에 둔 5회에 찾아왔다.

최충연은 선두타자 윤석민을 좌전안타로 내보낸 뒤 후속타자들에게 진루타를 내줘 2사 2루 실점 위기에 몰렸다. 팀은 3-2의 아슬아슬한 리드를 가져가고 있는 상황. 안타 한 방이면 데뷔 첫 승 요건이 또다시 날아가는 상황이었다.

이후 상대한 타자는 전날 멀티히트를 신고하며 타격감을 조율한 허정협. 쉽지 않은 승부를 이어가던 최충연은 결국 허정협에게 적시타 성 타구를 허용했다. 빗맞은 타구가 느리게 내야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 순간 유격수 김상수가 등장했다. 김상수는 전력질주 뒤 점핑캐치로 타구를 낚아챘다. 어렵게 공을 잡은 탓에 외야서 몇 바퀴를 굴렀다. 발목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막내를 위해 몸을 던진 것이다.

김상수의 호수비 덕분에 이닝은 종료. 최충연은 어렵게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최충연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6회부터 마운드를 지킨 김승현이 2실점해 최충연의 선발승이 날아가고 말았다. 데뷔 첫 승 기회는 또다시 다음으로 미뤄졌다.

승리를 끝까지 지키진 못했지만 팀 막내를 위해 몸을 던진 주장의 의지는 분명 의미가 있었다. 한 차례 큰 빚을 진 최충연이 이를 발판삼아 다음 등판서는 과연 데뷔 첫 승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김상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장은상 기자 silverup@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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