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공백’ 삼성, 누군가에게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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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은상 기자] 지나간 것은 되돌릴 수 없다.

싸늘하다. 정규리그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날보다, 불미스러운 일로 좋지 않은 마무리를 한 시즌보다도 더 매서운 한파가 삼성 라이온즈에게 불어 닥치고 있다.

야심차게 준비한 FA협상의 성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원석과 우규민의 합류는 반갑지만 그에 비해 잃은 것이 많다. 차우찬, 최형우가 유니폼을 바꿔 입었고, 설상가상 보상선수로 이흥련과 최재원까지 내줬다.

빠진 이름만 봐도 삼성의 라인업 공백은 실로 크다. 그러나 마냥 손만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의 공백을 빈틈없이 메우고, 더 나아가서는 향상된 전력을 갖추게 만드는 것이 프로구단이 갖춰야 할 의무다.

난세에 영웅이 나는 법이라 했다. 삼성은 지금 대위기지만 그 속에서도 누군가는 ‘칼’을 갈며 비상할 기회를 찾고 있다. 왕조 그늘에 가려 빛을 못 본 전력들에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인 것이다.

당장 메워야 할 곳은 역시 차우찬이 빠진 선발 자리다. 삼성은 새로운 외국인투수 앤서니 레나도를 일찌감치 영입, 무너진 선발진 재건에 팔을 걷고 나섰다. 윤성환, 우규민 그리고 새로운 외국인투수 한 명이 더 합류한다 해도 마지막 한 자리는 필히 빈다.

결국 선발 한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다. 당장 떠오르는 후보군은 지난해 대체 선발로 뛰었던 김기태, 정인욱, 백정현, 최충연 등이다.

김기태는 대체 선발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올 시즌 좋았다. 데뷔 11년 만에 선발승까지 챙기며 삼성의 위기 때마다 ‘선발 소방수’ 역할을 했다. 백정현도 시즌 말미부터 선발로 등판해 호투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정인욱은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삼성이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있는 자원이다. 5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기에 큰 부족함은 없다. 다만 들쭉날쭉한 제구가 잡힌다는 전제하에서다.

최충연은 혹독한 프로 신고식을 치른 만큼 다가오는 새 시즌을 벼르고 있다. 마무리캠프서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원래 구속을 찾는데 온 힘을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백업 외야수 역할. 최재원의 공백으로 삼성의 외야 두께는 상당히 얇아졌다. 박해민, 박한이, 배영섭 외 다른 전력을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결국 기존 백업 이영욱, 우동균과 유망주 황선도의 성장을 기대해야 한다.

지난 12일에 열린 일구상 시상식서 이승엽은 후배들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지금 삼성은 전력 공백이 많다. 어린 선수들은 이런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쏟아 내야한다. 오늘 80을 보여줬다면 내일은 90 혹은 100을 보여줘라. 그게 바로 프로다”

팀의 상징이자 베테랑인 선배의 조언은 지금 삼성에게 가장 필요한 ‘일침’이었는지 모른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찾아온 기회를 이제는 스스로 잡아야 할 때다.

[최형우(첫 번째 왼쪽), 차우찬(첫 번째 오른쪽), 김기태(두 번째 왼쪽), 정인욱(두 번째 가운데) 백정현(두 번째 오른쪽), 이승엽(세 번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장은상 기자 silverup@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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