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결산] 외인농사, 두산 '풍년' 삼성 '흉년'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외국선수 농사는 각 팀의 한 시즌 성패를 좌우할 ‘X-FACTOR’다. 단 3명이지만, 분위기 전환을 이끌 수 있는 외국선수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각 팀들의 명암을 가르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에서도 외국선수에 울고 웃은 팀들이 있었다. LG 트윈스는 스캇 코프랜드를 대신해 영입한 데이비드 허프가 13경기서 7승 2패 1홀드 평균 자책점 3.13으로 활약, 극적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었다.

반면, 한화 이글스 역시 메이저리거 출신 에릭 서캠프를 영입했지만, 낭패를 봤다. 서캠프가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 적응에 더딘 모습을 보여 투자한 만큼의 효과는 거두지 못한 것. 서캠프는 17경기서 2승 5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6.31에 그쳤다.

이들 외에도 많은 외국선수들이 팀을 웃게 만들기도, 울리기도 했다. 헥터 노에시(KIA), 루이스 히메네스(LG), 앤디 밴헤켄(넥센)은 ‘효자 외국선수’로 꼽기에 충분한 선수들이다. 반면, 에스밀 로저스(한화)와 저스틴 맥스웰(롯데)은 부상으로 퇴출돼 구단 관계자들의 속을 썩였다. 헥터 고메즈(SK), 대니돈(넥센)은 장점만큼 단점도 뚜렷한 외국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이들만큼 외국선수들에 의한 만족도가 크게 엇갈린 팀들도 없을 것이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다. 두산이 외국선수들의 활약 속에 KBO리그 사상 첫 한 시즌 93승을 달성한 반면, 삼성은 2009시즌 이후 7년 만에 포스트시즌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 니느님이 보우덴하사

두산의 올 시즌 외국선수 농사는 ‘A+’였다. 특히 KBO리그 6년차 더스틴 니퍼트는 두말할 나위 없는 슈퍼스타였다. 니퍼트는 등에 담 증세를 보여 잠시 1군에서 말소된 와중에도 28경기 22승 3패 평균 자책점 2.95를 기록하는 등 에이스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22승은 다니엘 리오스(前 두산)가 2007시즌에 세운 외국선수 최다승과 타이를 이루는 기록이었다.

마이클 보우덴은 올 시즌 유일한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었다. 지난 6월 30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9이닝 4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 승리투수가 된 것. 지난 시즌의 유네스키 마야와 같은 후유증도 없었다. 노히트노런 직후 3연패를 당했지만, 이후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하는 등 빠르게 컨디션을 되찾은 것. 보우덴의 올 시즌 기록은 30경기 18승 7패 평균 자책점 3.80.

닉 에반스의 대반전도 빼놓을 수 없다. 에반스는 4월을 타율 .164로 마쳤지만, 2군에 다녀온 후 백조로 변신했다. 4월에 1홈런 5타점에 그쳤으나 5월 7홈런 21타점을 터뜨리며 두산의 단독선두 질주에 공헌한 것. 에반스의 올 시즌 기록은 118경기 타율 .308 24홈런 81타점. 지난 시즌 뛰었던 데이빈슨 로메로(76경기 타율 .253 12홈런 50타점)의 악몽을 씻어내기에 충분한 활약상이었다.

▲ 삼성, 교체도 능사 아니었다

반면, 삼성의 올 시즌 외국선수 농사는 대실패였다. 교체카드를 연신 꺼내들었지만, 이마저 능사는 아니었다. 콜린 벨레스터는 3경기 3패 평균 자책점 8.03에 그쳐 시즌 첫 퇴출이라는 불명예를 썼다.

앨런 웹스터도 전반기를 채우지 못했다. 12경기 4승 4패 평균 자책점 5.70. 웹스터는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부상을 입은 후 경기력이 눈에 띄게 저하돼 씁쓸히 한국을 떠났다.

문제는 이들을 대신해 영입한 외국인투수들의 경기력은 더 심각했다는 점이다. 요한 플란데는 13경기서 2승 6패 평균 자책점 7.60에 그친 실패작이었다. 지난 8일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치른 최종전서 타선의 지원 덕분에 7연패 위기서 벗어난 게 그나마 다행으로 보일 정도였다.

아놀드 레온은 더 했다. 2경기 1패 평균 자책점 11.25를 남긴 후 어깨통증을 호소, 개점휴업에 들어간 것. 결국 레온은 7월 22일 kt 위즈전이 마지막 등판이 됐다.

아롬 발디리스 역시 아킬레스건 부상 탓에 8월초 출장을 마지막으로 팀을 떠났다. 그리 아쉬울 것도 없는 이별이었다. 발디리스의 성적은 44경기 타율 .266 8홈런 33타점에 불과했다.

[마이클 보우덴·더스틴 니퍼트(상), 요한 플란데(하).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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