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결산] ‘FA·NC·리빌딩’ 롯데를 지배한 올해의 키워드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올해도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며 4년 째 쓸쓸한 가을을 보내게 됐다. 시즌에 앞서 선수단 대다수가 “올해만큼은 정말 가을야구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지켜봐달라”고 했지만 가을야구는커녕 막판 5강 싸움에도 들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 롯데의 2016시즌

롯데의 비시즌 행보는 남달랐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이틀 만에 사령탑을 교체했고,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외인 3인방과의 계약을 마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FA 시장에서는 무려 138억 원을 투자해 고질적인 문제였던 뒷문 보강과 프랜차이즈 스타 송승준 잔류에 성공했다. 육성을 위해 훌리오 프랑코, 크리스 옥스프링이라는 유능한 외국인 코치까지 영입했다. 흠잡을 것 없는 오프시즌이었다.

그러나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특히 FA시장에서의 투자가 실패로 이어진 게 뼈아팠다. 당초 3선발이자 토종 에이스를 맡을 것으로 예상됐던 송승준이 급격한 구위 저하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외인 듀오(린드블럼-레일리)가 지난해보다 부진한 상황에서 롯데 선발진은 시즌 내내 자리를 잡지 못했다. 다행히 박세웅, 박진형 등 새 얼굴이 등장했지만 경험이 없는 이들로 한 시즌을 치르기엔 한계가 있었다.

98억 원을 들여 보강한 뒷문도 기대에 못 미쳤다. 전반기에는 그래도 윤길현-손승락이 제 역할을 해주며 투자가 결실을 맺는 듯 했다. 그러나 시즌 막바지 5강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이들의 힘이 떨어졌다. 정작 중요할 때 활약을 못한 것. 두 선수가 범한 블론세이브는 무려 14개였다. 롯데 불펜의 핵은 연봉 5600만원의 베테랑 이정민이었다.

더불어, 올 시즌 롯데를 언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NC다. 올해 롯데의 NC전 상대전적은 16전 1승 15패. 두산만 만나면 맥을 못 췄던 kt와 한화도 각각 3승, 4승을 거뒀고, 최하위 kt도 1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NC에게 무려 5승을 챙겼다. 5위 KIA와 불과 5승 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에 NC전 극심한 열세가 더욱 아쉽게 다가올 뿐이다.

물론 수확도 있었다. 조 감독은 시즌에 앞서 “캠프를 통해 성장한 많은 젊은 선수들을 중용할 계획이다”라고 선수단의 리빌딩을 예고했다. 그 결과 실제로 많은 새 얼굴들이 그라운드에서 기량을 뽐냈다. 이른바 ‘3박’으로 불리우는 박세웅, 박진형, 박시영이 의도치 않은 강제 리빌딩으로 많은 경험을 쌓았고, 이들 외에도 박한길, 김유영, 김성재, 김원중 등이 다음 시즌 마운드의 미래를 밝혔다.

타선에서도 김문호가 데뷔 11년 만에 잠재력을 터트리며 첫 풀타임 시즌을 뛰었으며, 고인 물이었던 1루수에는 김상호라는 새 얼굴이 등장했다. 주전 포수 강민호의 부상으로 김준태, 김사훈 등도 값진 1군 경험을 얻었다. 투타에서의 고른 세대교체는 분명 2017시즌 롯데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 MVP : 자이언츠의 4번타자가 된 황재균

황재균은 올 시즌 진정한 롯데의 4번타자로 성장했다. 그의 존재감은 이미 지난 5월 발가락 미세 골절로 잠시 이탈했을 때 입증이 됐다. 올해 그의 성적은 1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126경기 타율 0.334(497타수 166안타) 27홈런 113타점 장타율 0.567 출루율 0.392. 타율, 안타, 홈런, 타점 등 무려 4부문 커리어하이다.

지난 8월에는 롯데 창단 역사 상 2번째이자 토종선수 최초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가치를 충분히 높인 황재균은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는다. 주장 강민호가 차기 주장으로 황재균을 지목한 가운데 이제 그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 선수단(첫 번째), 박세웅-박진형-박시영(두 번째), 황재균(세 번째). 사진 = 마이데일리 DB,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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