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공항가는 길', 불륜도 잊게 만드는 연기·연출·대본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명확히 규정짓기 힘든 애매모호한 관계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색을 표현할 때 단순히 파랗다, 노랗다가 아니라 푸르스름하다, 누리끼리하다, 푸르딩딩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애매하고 모호한 게 많은데 사람들의 관계에도 그런 것이 존재한다."

'공항가는 길' 제작발표회에서 김철규PD는 극 중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의 관계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했다. 그의 설명대로 '공항가는 길'의 최수아(김하늘)와 서도우(이상윤)은 명확히 선을 그을 수 없는 애매한 관계를 형성했다. 불륜이라 보기에는 아직 모자라고,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하기엔 과했다. 동성이었다면 문제될 것 없는 행동, 말들이었지만 남녀 사이라는 점이 미묘함을 만들었다.

지난 28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공항가는 길'(극본 이숙연 연출 김철규) 3회에서는 서로에게 의지하는 수아와 도우의 모습이 그려졌다. 각기 가정이 있음에도 외로움을 느끼고, 배우자에게는 말할 수 없는 혹은 기댈 수 없는 부분이 있기에 서로에게 이끌렸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위로 받았다.

수아는 도우와의 관계에 대해 "그저 남들 다 하는 먹고 사는 일인데 뭐가 이렇게 힘든지. 매일 이러고 살다가 비행가서 어느 낯선 도시에서 잠깐 30~40분 정도 사부작 걷는데, 어디선가 불어오는 미풍에 복잡한 생각이 스르르 사라지고. '인생 뭐 별 거 있나? 잠시 이렇게 좋으면 되는 거지' 그러면서 다시 힘 내게 되는. 그 30~40분 같아요. 도우씨 보고 있으면"이라고 말했다. 도우 역시 수아의 말에 공감한 뒤 "생애 최고의 찬사"라고 덧붙였다.

우정, 위로 등의 관계로도 해석 가능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방송 말미 서로에 대한 끌림으로 막을 내렸다. 도우의 아내 김혜원(장희진)이 급작스레 찾아왔고, 수아는 혜원을 피해 자리를 떴다. 도우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행동했다. 이런 모습에서 두 사람이 펼쳐 보일 본격 불륜을 예감케 했다.

앞서 김하늘은 불륜에 대해 "겉으로 봤을 때 그 단어로 포장이 될 수는 있지만 선택하고 연기할 때는 그 느낌과 많이 다른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선택하게 됐다. 서로의 캐릭터와 흐름, 단계, 위로 안에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느끼는 감정, 감성들이 묘하면서 새로웠다. 캐릭터 안에서 굉장히 순수하게 표현하고, 연기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걸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하늘의 말처럼 수아와 도우의 관계를 정립하는 건 보는 이들의 몫이다. 하지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섬세한 대본, 아름다운 연출에 대한 의견은 공통될 듯 싶다. 이런 것들이 모여 오롯이 인물의 감정선만 따라가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공항가는 길' 3회. 사진 = KBS 2TV 방송 캡처]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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