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 NBA 좌절 그 후, 현실직시와 새로운 다짐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NBA에 진출한)그 선수들을 따라가야죠."

고려대 이종현에게 2015년은 시련 그 자체였다. 호기롭게 NBA 신인드래프트 참가신청서를 냈지만, 쓰라린 현실을 맛봤다. 사실 NBA 신인드래프트 신청은 서머리그 경험을 위한 일종의 절차였다. NBA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지 못하면 서머리그서 미국 유망주들과 겨뤄볼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

결과적으로 이종현은 NBA 신인드래프트 신청을 하고도 서머리그 초청장을 받는 것마저 실패했다. 몇몇 구단들은 그에게 D리그 참가를 권유했다. 그를 미국에서 좀 더 오래 지켜보고 싶어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려대를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서머리그 참가 희망을 접었다. 최종적인 꿈과도 같은 NBA 도전 역시 자연스럽게 좌절됐다.

당시 대다수 농구관계자는 예상된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대학 무대를 평정했지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이종현의 기량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허약한 파워와 부족한 골밑 공격 테크닉(눈에 띄지 않는 포스트업 기술 등등), 부정확한 중거리슛과 눈에 띄지 않는 2대2 외곽 헷지수비 등을 이유로 NBA는 둘째치고, KBL에서도 고전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있다. 실제 이종현은 2012년 런던올림픽 최종예선부터 성인대표팀(2013년, 2015년 아시아선수권, 2014년 스페인 월드컵, 인천 아시안게임)의 국제대회에 꾸준히 참가했다. 하지만, 수준 높은 빅맨들이 즐비한 국제무대서 하이라이트 필름을 거의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가 가장 잘 하는 블록슛으로 상대 공격 맥을 끊어놓긴 했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국내 대학무대에서는 보이지 않는 한계였다.

▲좌절 그 후

서머리그 좌절 이후 1년이 흘렀다. 이달 초 LG와의 창원 연습경기, 그리고 29일 잠실에서 개막한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에서 확인한 이종현은 자신에게 쏟아진 비판들을 알고 있는 듯했다. 몸만큼은 확실히 달라졌다. 그는 "몸무게가 116kg이다"라고 했다. 드디어 벌크업에 성공했다. 팔과 상체가 확연히 두꺼워졌다. 두꺼워진 몸으로 골밑에서의 중량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기존의 기술적인 약점들은 여전했다. LG 김종규가 스킬트레이닝을 통해 몸과 기술이 향상되면서 상대적으로 이종현은 더 눈에 띄지 않았다. 하와이퍼시픽대학과의 경기서는 골밑에서 종종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했으나 예전보다 날카롭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결정적으로 상대 전력이 약해 변별력이 떨어졌다.

일단 이달 초 LG전 당시 고려대는 국내(프로구단 연습경기), 국외(일본 교류전)를 오가는 빡빡한 스케줄상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현장에서 하와이퍼시픽대학전을 지켜본 최연길 농구전문 칼럼니스트는 "상대가 너무 약해서 (이종현의 경쟁력을) 정확히 평가할 수가 없다"라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이번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의 경우 이종현이 타 대학 선수들과 손발을 맞춰본 시간이 적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실제 연세대 가드 허훈, 천기범과 이종현과의 호흡은 썩 원활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종현이 실전을 통해 손발을 좀 더 맞춰가면서 가드진으로부터 질 좋은 패스를 받을 경우 잔여 일정서 좀 더 파괴력 높은 공격력을 선보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어쨌든 이종현의 현실은 명확하다. 대학농구를 자주 접하는 또 다른 한 전문가는 "올해도 지난해와 달라진 게 거의 없는 것 같다. 몸은 좋아졌지만, 골밑에서의 기술은 여전히 부족하다"라고 진단했다. 결국 지금 이종현은 세부적으로 부족한 테크닉으로 인해 업그레이드 된 파워를 실전서 극대화하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다. 이 부분은 KBL에서 해결해야 한다.

▲새로운 다짐

그래도 이종현은 지난해 좌절을 계기로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분명히 설정했다. 하와이퍼시픽대학전 직후 인터뷰에서 이종현과 청소년대표 시절 자주 매치업한 저우치, 왕저린이 최근 NBA 신인드래프트서 2라운드에 지명된 것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청소년 대표 시절만 해도 이종현이 낫다는 평가가 있었다. 작년에 좌절했던 이종현으로선 충격적일 수 있는 사건.

하지만, 이종현은 침착했다. "그 선수들이 NBA에 갈 수도 있다는 기사를 봐서 놀라지 않았다. 키도 크고 슛 터치도 부드러운 선수들이다"라고 저우치, 왕저린을 인정했다. 이어 결정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왕저린의 경우 중국프로농구에서 외국선수들과 맞붙으면서 기량이 좋아진 것 같다. 나도 KBL에 가서 더 발전해서 그 선수들을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라고 다짐했다.

이종현은 올 가을 KBL 신인드래프트 1순위를 예약했다. 하지만, 한국농구를 이끄는 기수가 되기 위해선 절대적인 기준에서의 농구 클래스를 끌어올려야 한다. 때문에 그가 KBL에서 외국선수들과 부딪혀 성장하겠다는 각오를 내놓은 건 당연한 말이지만, 냉정한 현실 직시이기도 하다.

한국 대학선발A 은희석 감독은 "과거에 미국 연수를 받으면서 대학 선수들, NBA 하부리그 선수들의 기량을 생각해보면 종현이라고 해서 (NBA 혹은 D리그)못 갈 이유가 없다고 본다"라고 했다. 대학무대에서 날카로운 지도력으로 호평 받는 은 감독이 농구후배를 위해 립서비스 발언을 한 것일까.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은 감독은 "연세대 빅맨들의 외곽 움직임을 지시했는데 종현이가 곧잘 따라 하더라"고 했다. 기본적인 농구센스만큼은 김종규보다 낫다는 모비스 유재학 감독(대표팀에서 이종현 지도)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부분. 여전히 폭발해야 할 잠재력이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종현이 높게 평가 받는 건 경쟁력이 있는 신장(206cm)과 농구센스, 도전 정신이다. 최대 숙원이었던 파워 업그레이드에 성공한 만큼, 프로에서 외국선수들과 부딪히면서 시행착오와 시련을 겪으며 각종 세부적인 테크닉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최후의 과제다. 결국 자기자신에게 달렸다. 이종현은 올 가을 독한 마음으로 KBL에 입성해야 한다.

[이종현. 사진 = 대한민국농구협회. 대학농구연맹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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