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비틀즈와 산울림을 따라서, 장기하와 얼굴들 '내사노사'

[김성대의 음악노트]

장기하와 얼굴들(이하 ‘장얼’)의 네 번째 앨범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자 최선의 것처럼 들린다. 무심한 듯 재치있는 장기하의 가사와 창법(‘ㅋ’와 ‘그러게 왜 그랬어’), 언젠가부터 장얼 사운드의 핵심이 된 이종민의 팔색조 건반(‘괜찮아요’), 가십(Gossip)과 닮은 토킹 헤즈 풍 훵키 베이스(‘빠지기는 빠지더라’), 현란하면서도 체계적인 전일준의 드러밍(‘쌀밥’). 여기에 순발력 있는 하세가와 요헤이의 기타는 밴드의 개성을 위한 화룡점정 같은 것이 되었다. 멤버들의 이 모든 역량을 업고 ‘사랑’을 주제로 삼은 장얼의 신보는 말 그대로 ‘사랑스러운’ 앨범이다.

전작에 이어 장기하의 숙제는 여전히 ‘비틀즈 따라잡기’이다. 데뷔 때부터 롤모델이었던 송창식과 산울림의 정서 역시 작품 곳곳에 호흡 마냥 배어있다. 강박에 가까운 코러스 그물에 완벽에 가까운 연주, 자유분방한 표현들로 중무장한 장기하의 밉지 않은 수다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러니까 비틀즈와 산울림을 자기 식으로 소화하겠다는 장기하의 응어리 진 고집이, 무르익은 밴드의 연주력을 빌어 마음껏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앨범 머리에 있는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의 확신에 찬 등장부터 그렇다. 작품 전체 성격을 응축해놓은 이 한 곡으로 그는 새 앨범의 음악 색깔과 주제를 규정한다. 느긋한 스카 리듬에 90년대식 라임을 얹어낸 다음곡 ‘ㅋ’도, 신작의 컨셉이기도 한 장얼스러움 즉, “단순함과 간결성”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쌀밥’도, 뽀얀 빈티지 키보드 위 보컬 화음이 따뜻한 ‘살결’도, 이 작품이 산울림과 비틀즈의 응용 또는 변주라는 것을 치밀하게 증명하고 있다.

3집의 소리(사운드)에 대한 탐구와 1, 2집의 가사를 향한 열정을 안정감 있게 버무린 곳에 장얼의 4집이 있다. 발견 보다는 발전, 답습이 아닌 수습이 이번 앨범에는 있는 것이다. 한 포털사이트가 이들을 위해 준비한 ‘뮤직스페셜’에서 표현처럼 이것이 바로 “초심을 외치는” 장얼의 실체일 게다. 익살과 해학이라는 우리네 개념으로 60~70년대 로큰롤과 80년대 뉴웨이브 그루브를 덥썩 낚아채는 이 대책없는 밴드를, 그래서 나는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외면하기 힘든 치명적인 매력이 이 밴드와 이번 앨범에는 있다. 글쓴이가 가장 좋게 들은 2집과 쌍벽을 이룰 기분좋은 수확물이다. 비틀즈가 있고 산울림이 있다. 장얼의 방식으로 말이다.

[사진제공=두루두루AMC]

*이 글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필자약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웹진 음악취향Y, 뮤직매터스 필진

대중음악지 <파라노이드> 필진

네이버뮤직 ‘이주의 발견(국내)’ 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